“해결책 찾기도 부족한 시간에...” 여야 ‘네 탓 공방’에 막막한 전세사기 피해자들
“누구 책임인지 따지는 동안 계속 낙찰자가 생기고 내일, 또 모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와중에도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들이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결책을 찾기도 부족한 시간에 책임을 따지며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도 정부고 지금 정부도 정부”라면서 “그럼 지난 정부와 대통령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싸움의 가십거리로 만드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의 ‘전 정권 책임론’ ‘민주당 책임론’을 비판한 것이다.
여당의 ‘전 정권 책임론’은 이날도 이어졌다. 송석준 국민의힘 정책위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낳은 기가 막힌 역설적 결과”라면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위해 각종 긴급지원대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야당 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에 대해 자신 없다면 다시 민주당에 정권 돌려달라”고 하자 원 장관은 “전세사기 원인 제공이 언제 이뤄졌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지금은 여야가 ‘네 탓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있는 해법을 모색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렬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은 통화에서 “지금은 피해대책이 중요한 것”이라며 “싸우는 사이에 시간이 다 가고 경매에 넘어가는 집이 추가로 나오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철빈 전국대책위 공동제안자는 “임대사업자 관리 제도나 악성임대인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전 정부의 실책”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그 전인 보수정권에서 깡통전세·전세사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문제라기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책임이 있어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세사기 피해자 백이슬씨는 “대출이 하루아침에 끝나버리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집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를 나가지도, 먹고 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혼자 물어내라고 하기보다 대출을 회수해야 하는 금융권과 HUG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공동제안자는 “정부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지 않으니까 세심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발표만 하고 마는 식”이라며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전세사기를 전수조사하고 피해 현황을 파악한 뒤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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