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미술의 100년을 품은 전시를 만나다
미술관의 이름이 되기도 한 루드비히 부부는 근대 미술의 저명한 수집가였다. 특히 남편인 페터 루드비히는 피카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피카소나 팝아트에 대한 조예가 깊었으며 이들이 기증한 작품들 덕분에 미술관은 유럽에서 저명해지기 시작했고 특히 팝아트 부분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렇듯 귀중한 작품들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만들어진 미술관은 그 역사적 의의도 남다르며 페터의 죽음 이후 미술 재단을 설립한 이레네 덕분에 현재는 세계 곳곳에 14,000점에 이르는 컬렉션이 26개 공공기관에 기증 및 기탁 되어 그중 12개 기관이 루드비히 이름하에 있다. 그 대단한 컬렉션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면 가슴 뛸 만큼 충분히 흥미로운 일 일거라 생각한다.
삼성동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란 이름으로 루드비히 컬렉션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 샤갈, 워홀, 리히텐스타인 등 20세기 이후의 거장들의 작품이 다수이며, 20세기 초에 일어난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명작을 시작으로 초현실주의, 팝아트는 물론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독일 표현주의와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눈을 떠보자
전시 초반에는 근대 동서유럽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나 전위적인 예술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인상주의가 눈에 보이는 외관을 그렸다면 독일 표현주의는 내면적인 것을 표현하는데 중심을 두었다. 그 중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다리파’와 ‘청기사파’라고 하는 두 개의 예술 집단 화가이다. 거의 같은 시기 러시아에서는 러시안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예술적 움직임이 일었는데 ‘광선주의’와 ‘절대주의’ 같은 회화 양식이 이에 해당된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이 시기 활동한 대표적인 작가들이 바실리 칸딘스키와 나탈리아 곤차로바이며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을 포함, 이 시기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세계 3위의 소장 규모를 자랑하는 피카소 컬렉션의 명작을 만나보자
루드비히 부부는 세계 유수의 피카소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1955년 쾰른에서 열린 피카소 회고전에서 그들은 피카소의 작품 <아티초크를 든 여인>에 매료된다. 이후 피카소의 여러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알려질 정도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이 작품은 피카소의 다른 7개의 작품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마르크 샤갈, 모딜리아니 등 피카소와 동시대 활약했던 거장들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현대아트의 조류를 알아보자
전시 후반에는 초현실주의, 팝아트, 그 후의 전위예술과 추상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알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팝아트는 루드비히 부부가 좋아했던 장르 중 하나이며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리처드 해밀턴 같은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페터 루드비히의 초상화도 앤디워홀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시민 수집가들이 수집한 여러 작품들이 함께하며 전후부터 지금까지에 걸친 현대 아트의 조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근현대 미술의 백 년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봄나들이에 꽃 구경하듯 행복한 마음으로 쉽게 지나치며 볼 전시는 아닌 듯싶다. 폭 넒은 장르에 걸친 작품들은 볼수록 깊이가 있어 타는 장작불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불멍’ 하듯이 ‘작품멍’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보영 우버칼럼니스트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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