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친환경’ 에코백, 텀블러 증정은 그만···지구의날 마케팅 변화
서울에 사는 회사원 A씨(31)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갈 때면 텀블러 등이 진열된 기획상품(MD) 코너를 훑는다. 시즌마다 새롭게 출시되는 형형색색의 텀블러들이 구매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A씨는 더 이상 텀블러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미 텀블러가 6개나 있기 때문이다. 손이 가지 않는 것들을 처분했는데도 이만큼 남았다. A씨는 “스무살 때 선물받은 스테인리스 텀블러가 여전히 멀쩡하다. 여기서 더 산다면 텀블러를 쓰는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천으로 만든 에코백은 10개 넘게 쌓였다. 각종 프로모션에 참가해 받은 ‘굿즈’가 상당하다. A씨는 “예전에는 ‘수집’을 했다면 지금은 있는 거나 잘 쓰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경을 보호하는 척하는 ‘그린워싱’을 경계하며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22일 지구의날을 맞은 유통업계도 이런 움직임에 따라 마케팅을 변화하는 모습이다.
에코백과 텀블러는 ‘일상 속 친환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건이다. 하지만 에코백·텀블러가 유행을 타 과도하게 생산되고 버려지면서 친환경과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회용품은 최대한 많이 써야 환경 보호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영국 환경청에 따르면 면 재질 에코백은 최소 131번 다시 써야 환경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다.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최소 7100번 사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최소 50번, 스테인레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써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확산하면서 ‘굿즈’ 마케팅을 향한 비판적 인식이 커졌다. 올해 주요 유통업체들의 지구의날 행사 중에선 ‘굿즈 증정’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전까진 지구의날을 기념한다며 에코백·텀블러를 증정하거나 신상 굿즈를 내놓는 사례가 빈번했다.
과도한 MD 출시 등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던 스타벅스는 올해 다회용컵 사용을 인증하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다회용컵 행사와 별도로 텀블러, 가방 등 ‘지구의날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다.
기업들은 주로 환경친화적인 제품 포장을 선보이거나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킹’ 행사를 열어 친환경 행보를 어필하고 있다. 식물성 식단을 제안하는 식품기업들의 캠페인도 돋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보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보다 의미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과 캠페인을 진행해온 환경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리워드’(보상) 제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요즘은 비누 모양의 고체 샴푸바와 같이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다른 물품들을 제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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