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환경과학원 정정보도 청구 소송, 대통령실 때문?

심병철 2023. 4.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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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대구 수돗물로 쓰이는 주요 정수장의 정수에서 녹조 독소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검출됐다면서 수돗물 안전성 논란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관련 보도 중 일부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심병철 기자, 먼저 대구문화방송의 보도 내용을 간략하게 전해주시죠.

◀기자▶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7월 대구 주요 정수장 3곳의 정수를 제공받아 녹조 독소 전문가인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에게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매곡정수장은 0.281ppb, 문산 0.268ppb, 고산 0.226ppb가 검출됐는데요.

미국 환경보호국의 성인 허용 기준치 1.6ppb 미만이지만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한 수치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관련 보도 이후 낙동강과 가까운 달성군 현풍읍과 구지면의 가정집에서 수돗물 필터에 녹색 물질이 낀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취재진은 이 가운데 한 개의 수돗물 필터를 이승준 교수에게 보내 남세균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PCR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독소를 만드는 유해 남세균으로 확인되었는데요.

녹조 독소 연구의 권위자인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 녹조 독소 전문가▶
"마이크로시스틴을, 그러니까 남세균 독성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남세균이었습니다. 즉 가정집 필터에 있는 세균은 유해 남세균이었고요. 유전자 검사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앵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구문화방송과 공동 조사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대구MBC의 공동 조사 요청을 여러 차례 거부했던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여론에 떠밀려 2022년 10월, 공동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북대학교가 최첨단 유전자 검사법인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맡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 PCR 검사 등을 실시했는데요.

검사 결과 필터의 녹색 물질에는 남세균과 코코믹사와 같은 진균류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북대 신재호 교수는 남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봤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 DNA만 확인된 것이지 살아있는 남세균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분석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이가 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녹색 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코코믹사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양측의 의견 조율을 통해 합의된 내용만 발표하자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 것인데요.

그 뒤 대구문화방송은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에 남세균과 코코믹사와 같은 진균류가 나왔다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더불어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목적인 남세균 PCR 검사는 제쳐놓고 코코믹사 PCR 검사만으로 남세균 검출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이 이 보도를 문제 삼아 지난 3월 대구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거죠.

◀기자▶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에 앞서 2022년 12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조정 신청을 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과 남세균 DNA는 명백하게 다른 것으로 대구MBC가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언론중재위원회 대구중재부 조정기일에 직접 출석해 "큰 운동장에 멧돼지가 한 마리 있다고 해서 운동장을 멧돼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직접 대구에서 열리는 조정기일에 참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언론중재위원회가 국립환경과학원의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되자 지난 3월 대구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앵커▶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아서 환경단체들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비판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앞서 언급한 국립환경과학원 측의 주장대로라면 사건 현장에서 찾은 DNA도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PCR 검사로 DNA를 증폭해 특정 생명체를 확인하는데, DNA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거나 친자 확인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DNA 관련 전문가인 경북대학교 신재호 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신재호 교수 경북대학교(DNA 전공)▶
"(성범죄 현장에서 나온) 정액에서 (누군가의) DNA가 나오면 정액 DNA가 나왔다고 얘기해야 하지 (누군가의) 정액이 나왔다고 얘기하면 안 되는 것하고 똑같은 얘기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더욱이 국립환경과학원이 코코믹사라고 발표한 것 역시 PCR 검사 결과입니다. 

남세균 검출을 부정하는 논리대로라면 코코믹사 DNA가 나왔다고 발표해야 하는데도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환경단체들은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과 낙동강 수돗물 남세균 검출 보도 등을 MBC의 가짜 뉴스로 지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말입니다.

◀정수근 사무처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이거는 과학적인 검증 결과에 따른 그런 소송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소송이라고 보여집니다."

녹조 관련 대구MBC 보도를 '괴담'이라 깎아내리고 오보까지 낸 조선일보 기자가 대통령 표창을 받아 환경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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