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마저 옭아맨 ‘마약의 덫’[금주의 B컷]
성동훈 기자 2023. 4. 21. 16:24
우리 아이들이 마약조직에 당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나눠주고 받은 설문지 기재사항을 이용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자녀가 마약을 했다’고 협박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개월 동안 치밀한 계획을 세워 청소년들에게 무차별 마약 살포를 감행했다. 범행의 의도는 악랄했다. 입시의 절박함이 가득한 거리를 무대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기억력 상승·집중력 강화’라는 문구로 교묘히 옭아맸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증거품들을 공개한 뒤 “마약음료에 필로폰 1회 투약량 0.03g의 3배가 넘는 0.1g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확인한 마약음료의 실체는 사건의 내용이 던진 충격과는 달리 그 만듦새가 조악했다. 학업의 중압감에 피곤한 얼굴로 그 조악한 마약음료를 받아 들었을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씁쓸한 순간이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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