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일타' 경영인은 말했다 "인류 진보에 공헌하라"
경영철학을 집대성한 유작
1959년 27세에 첫 사업 시작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까지
성공 법칙 12조 생생히 전해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일본 교세라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작년 9월 90세로 타계했다. 그는 27세가 되던 1959년 자본금 300만엔으로 교토세라믹(현 교세라)을 설립해 연간 1조8300억엔, 직원 8만3000명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거인이었다.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해 매출 5조4000억엔의 거대 통신기업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2010년에는 80세를 눈앞에 두고 파산 직전인 일본항공(JAL)의 재건을 위해 회장으로 취임해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는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한 그의 경영철학을 집대성한 유작이 출간됐다. 제목처럼 거인의 '마지막 수업'이다.
어떻게 하면 기업 경영을 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가 답한 '경영 12개조'를 담은 책이다. 이나모리는 이 12개조가 "교세라, KDDI 경영뿐만 아니라 일본항공 재건에도 엄청난 힘을 발휘해왔다"고 털어놓는다. 관료 의식에서 벗어나 기업에 맞는 의식을 갖추게 하기 위해 일본항공에서 경영 간부들에게 첫 강의를 한 주제 또한 12개조였다.
1조항은 '사업의 목적, 의의를 명확히 한다'이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사업의 목적은 단순한 돈벌이여서는 안 된다. 가능하면 차원 높은 것이어야 하고 공명정대한 목적이 있어야 많은 사원을 규합할 수 있다. 교세라 창업 당시 그는 단순히 파인세라믹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다 3년 차에 젊은 사원들의 반란에 직면했다. 2년 차에 뽑은 첫 공채 사원 10여 명은 승진 시 대우와 보너스 금액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나는 목숨을 걸고 이 회사를 지켜내고 여러분들을 지켜낼 것이다. 그러니 속는 셈치고 따라와 달라."
사흘 밤낮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끝에 그들은 요구를 철회하고 회사에 남았다. 반란군들은 이후 간부로 성장해 회사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 사건이 기업 경영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그는 기술을 내놓는 기업을 넘어서 '전 사원의 행복을 물심양면으로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 발전에 공헌한다'를 기업의 이념으로 삼게 됐다.
KDDI 설립 때도 NTT의 독점을 깨기 위해 대항마를 만들면서 '저렴한 통신요금을 실현해 국민들을 기쁘게 해주자'는 대의명분으로 성공했다. 여건상 일본텔레콤과 일본고속통신이 앞서 있었지만, 직원들이 공유한 사명감과 미션으로 강력한 힘을 얻었다고 그는 분석한다.
구체적인 목표 세우기,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노력하기,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비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등 12개 조항은 누구나 알 만한 상식적인 경영 원칙이 많다. 하지만 그는 '덧셈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각론을 통해 평범한 원칙에 디테일을 더한다.
주문이 2배로 늘면 사람도, 설비도 2배로 늘리는 더하기 공식으로 대응하면 상황이 급변해 수주가 줄면 적자 경영으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는 수주가 50% 늘 때 인원이나 비용은 20~30%만 늘리도록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세라 창업 후 고심해 만든 '아메바 경영'의 핵심은 조직별로 실시간으로 영업실적을 알 수 있는 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었다. 교세라는 지금도 10여 명의 아메바 소집단이 1000개 이상 짜여 있다. 각 아메바의 리더가 중소기업 경영자처럼 자신의 아메바 경영을 하는 것이다.
그는 "채산(採算)이 보이면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말한다. 일본항공 재건에도 아메바 경영이 기여했다. 경영 실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던 기존 시스템을 갈아엎고 부문별·노선별· 항공편별로 실시간 채산 시스템을 만들었다. 상세한 실적이 도출되자 사원들은 자기 부문 실적을 보고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수요에 맞춰 임시편을 조정하는 임기응변도 가능해졌다.
그의 숫자 경영은 제6조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에서 집대성된다. 교세라의 임원을 뽑을 때 장사의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등용 시험으로 우동 포장마차로 장사해보기를 시킨 적이 있다. 우동 한 그릇에는 국물, 국수 뽑는 기계, 어묵의 두께까지 다양한 비용 선택이 이뤄진다.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원가 구성이 이뤄지고 번화가에서 술 취한 손님을 노릴지, 대학가에서 청년들을 목표로 할지 등 경영 전략도 달라진다. 조건들을 모두 정한 뒤에야 가격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고객이 기꺼이 사주는 '최고가격'을 찾는 것은 영업부장이 아니라 반드시 경영 리더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구매와 비용 절감에도 책임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갈한다. "가격 결정 하나만 봐도 경영에 재능이 있는지 판가름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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