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형이 눈속임 상술입니다” 공정위, ‘다크패턴’ 잡는다
#A씨는 가입만 하면 30일 무료 체험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영화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다. 가입 과정에서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수차례 약관 동의를 한 뒤에야 무료 체험이 가능했다. 어렵게 회원 가입한 A씨는 아무래도 이용이 불편해 탈퇴를 하려고 했지만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얼마 뒤 영화 사이트로부터 결제 알림 문자를 받았다. 무료 체험 기간 종료를 알려주지 않고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A씨는 항의했지만 사이트 측은 회원 가입시 동의가 이뤄졌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B씨는 숙박 업소 예약을 위해 예약 사이트에서 숙박업소를 검색했다. 1박에 20만원대 숙소를 원했던 B씨는 적정 가격의 숙소를 찾아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20만원이었던 숙소 가격은 25만원으로 바뀌었다. 자세히 보니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세금·봉사료가 추가됐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B씨는 사이트에서 내세운 저렴한 가격 표시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소비자를 속여 지출을 유인하는 눈속임 상술을 뜻하는 ‘다크패턴’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 다크패턴 규제를 위한 법 개정과 함께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당정협의회에 보고하고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은 온라인 시장에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눈속임 상술을 뜻한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앱 가운데 97곳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확인됐다.
다크패턴에 따른 피해 경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6%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숨은 갱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설계해놓고 소비자가 무심코 지나치도록 유도하는는 ‘특정옵션 사전선택’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도 88.4%에 달했다.
예를 들어 구매·가입은 몇번의 터치만으로 가능한데 취소·탈퇴는 전화나 e메일로만 가능한 경우(취소·탈퇴 방해), ‘가족사진 무료촬영’이라고만 광고한 뒤 잘 나오지 않은 사진 1장만 무료로 주고 다른 사진을 받으려면 추가비용을 받는 경우(숨겨진 정보) 등도 다크패턴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 13개를 특정했다. 이중 거짓할인과 유인 판매, 위장 광고 등 7개는 현행 전자상거래법 등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방해 ▲반복간섭 등 6개 유형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 개정은 의원 입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다크패턴 관련 법안이) 5개 정도 나와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부 입법 절차를 밟을 필요성은 높지 않다”며 “당정협의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입장은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 중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방지 가이드라인’도 제정한다. 입법 전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문제 행위가 무엇인지 시장에서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소비자 피해 유발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과 피해 방지 유의점 등 구체적 사례를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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