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시총1위 '베스트 11' … 저평가 1위는 삼성전자
세계 11개국 증시의 대표 주자인 '베스트 일레븐'을 비교해보니 삼성전자와 대만 TSMC, 호주 BHP가 현금흐름 대비 저평가된 '3인방'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주식시장이 꿈틀거리면서 국내 투자자는 물론, 서학개미까지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이들 종목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이란 '심폐소생술(CPR)'로 위기를 넘기면서 현금흐름으로 따졌을 때 4년 내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로 부상 중인 TSMC는 반도체 업종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아 경기 침체 '터널'을 가장 빨리 빠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조금 생소하지만 호주의 광산기업 BHP는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에 주가가 저평가됐지만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광물 세계를 제패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다시 한번 힘을 낼 것이란 기대감에 올해 들어 6조원이 넘는 외국인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머니 무브'가 일어나는 것은 외국인 기준에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싸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증시 11개국 시가총액 1위 기업끼리 비교해봐도 같은 답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비교 대상은 미국 애플, 중국 텐센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 LVMH, 독일 SAP, 일본 도요타, 호주 BHP, 네덜란드 ASML, 대만 TSMC,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이다. 각종 수치는 블룸버그 4월 17일 기준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는 3.54배다. 10개국 시총 1위 중 최저다. 통상 이 투자지표는 낮을수록 저평가다.
2022년 말 기준 한국 1위 기업의 EV/EBITDA는 2.85배에 불과했다. 역시 비교 대상 중 가장 낮다.
EV/EBITDA를 다른 말로 하면 투자자의 원금 회수 기간을 뜻한다. 3배면 투자 원금을 3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분자인 EV 계산 방식은 '시총+(총차입금-현금성 자산)'이다.
시총에다 차입금을 더하고 현금을 빼주는 '고생'을 하는 것은 여기서 EV가 'M&A 사냥꾼'이 회사를 살 때 값어치를 뜻하기 때문이다.
M&A를 하려면 그 회사가 진 빚(부채)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분모인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라는 복잡한 용어를 알아보자. 세금과 이자를 내지 않고 감가상각(기계 설비 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익을 말한다. 감가상각비는 회계에 표시는 되지만 실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해서 계산한다. 실제 회사의 현금흐름으로 보면 된다. 2022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3조4000억원이었고, 감가상각은 41조원이 이뤄졌다. EBITDA는 84조4000억원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당시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기업가치(EV)를 240조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의 EV는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른 반도체 기업을 도산시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뺏어오는 전략을 잠시 멈추고, 감산이란 현실적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대로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의미 있게 줄이면 재고가 줄어든다.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2021년 말 41조4000억원에서 2022년 말 52조2000억원으로, 1년 새 26% 증가했다.
감산을 통해 반도체 공급이 줄면 2022년 유가 움직임처럼 반도체 가격도 올라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대감에 올해 주가 수익률에서 삼성전자(4월 17일까지 17.7%)는 같은 업종 TSMC(14.8%), ASML(12.7%)보다 높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2022년 다른 반도체 기업보다 먼저 조정받았기 때문에 올해 강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배당 수익률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2.2%로 다른 반도체주보다 낫다. TSMC와 ASML은 각각 2.1%, 1.9%다.
이 같은 배당 매력은 외국인을 자극했다. 올 들어 4월 17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6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설계에서 생산까지 담당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경기 침체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중간 지대, ASML은 장비 업체라 후방에 서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반도체 구매를 꺼리면서 삼성전자가 실적 충격을 먼저 받았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년 새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6%나 급락했다.
잘 버티던 TSMC도 '어닝쇼크' 바통을 넘겨받았다. 3월 TSMC 매출은 약 6조3000억원으로, 1년 새 15.4%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을 의미 있게 줄이는 '감산'을, TSMC는 ASML과 같은 장비 업체의 주문을 '삭감'하는 승부수를 걸었다.
TSMC가 빠르게 투자를 철회하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성을 무기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TSMC 영업이익률은 2022년 회계연도 기준 49.6%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14.4%에 그쳤다. '마진 기울기'(영업이익률)가 차이나므로 불황의 터널도 TSMC가 더 빨리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마진이 높은 파운드리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TSMC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처럼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 방식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최근 버핏은 TSMC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유로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ASML도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최근 분기 매출이 1년 새 91%나 급증했다.
그러나 19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직후 첫날 주가는 3% 이상 급락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다. 고객사가 줄을 서서 사간다. 상황이 반전됐다.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고객사가 기어코 투자를 축소하면서 EUV 노광 기기 예약 금액이 반 토막 난 것이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광물회사 BHP는 철광, 구리, 니켈 등 산업용 핵심 광물을 생산한다. 이 중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다. 2022년 초에 급등했다가 하락 안정화되면서 BHP 현재 주가 역시 작년 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BHP는 산업용 광물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을 M&A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구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최근 호주 구리 생산업체 Oz미네랄스를 8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현재는 저평가돼 있지만 경기 침체 위기를 넘어서면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평가다. 4월 현재 EV/EBITDA는 4.79배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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