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사건’ 스폰서 의혹 사업가, 민주당 의원 12명에 6500만원 후원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과 관련, 강래구(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파일에서 ‘스폰서’로 언급된 사업가 김모씨가 과거 윤관석 의원 등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가 김씨는 2018년 윤관석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김씨는 같은 해 민주당 소속 다른 의원 세 명에게도 500만원씩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개인이 한 해에 국회의원에게 기부할 수 있는 정치 후원금 한도가 의원 1인당 500만원, 합계 2000만원인데 그해 김씨가 한도를 다 채운 것이다.
이를 포함해 김씨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과 호남 지역 의원들에게 후원금이 전달됐다고 한다. 특히 김씨는 윤관석 의원에게 2018년에 이어 작년에도 500만원을 후원했는데, 김씨가 두 차례 후원금을 보낸 의원은 윤 의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윤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강래구씨가 마련한 6000만원을 송영길 당대표 후보의 보좌관 박모씨와 이정근씨를 통해 전달받아 이를 민주당 현역 의원 10여 명에게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본지에 “윤관석 의원과는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후원금 모금 문자가 와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돈을 보낸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낸 이유에 대해서도 “내가 학생운동을 해서 정치하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에게 부채 의식이 있어 사업이 잘되는 해에 몇 차례 후원금을 보냈을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강래구씨와 이정근씨의 2021년 4월 10일 통화 녹음 파일에 ‘스폰서’로 거명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화에서 이씨가 “(돈이) 필요하면 누구한테 요구를 해. ㅇㅇ(김씨)한테?”라고 묻자, 강씨가 “그 사람밖에 없잖아. 다른 ‘스폰(스폰서)’이 있어요?”라고 하는 내용이 녹음 파일에 나온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2일 김씨를 대상으로 압수 수색을 실시해 휴대전화를 확보했고, 오는 25일 김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본지에 “내가 송영길 전 대표, 강래구씨와 이정근씨를 모두 알고 있고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이씨가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있다”면서도 “그때 내가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내가 왜 돈을 주느냐’고 말한 내용이 녹음 파일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래구씨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강씨는 2021년 3~5월 민주당 당직자 등과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9400만원을 전달하는 것을 지시·권유하고 금품을 전달한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강씨가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며 돈 봉투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마련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강씨는 이날 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송 전 대표도 돈 봉투 전달을 알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하자 “언젠가는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강씨는 취재진이 ‘돈 봉투에 대해 말할 시기를 염두에 둔 게 있느냐’고 묻자 “뭐, 있겠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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