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년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계획 철회(종합)
올해 배정한 교전원 예산 100억은 교대 교육과정 개편 활용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내년부터 교육전문대학원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교원양성체제 개편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다.
당장 이달 교전원 시범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대상 학교 선정에 들어가기로 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육부가 교원 감축 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예비교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교전원 도입을 강행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교전원 내년 시범 도입 중단…교원양성체제 개편 논의는 계속"
교육부는 21일 참고자료를 배포해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 논의를 당분간 유보하되, 시급한 과제인 현 교원양성기관의 커리큘럼 개선과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 논의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며 "교원양성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우선은 현 교원양성 과정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사회적인 숙의를 거치고 현장이 좀 더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1월 5일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4월까지 '대학원 수준 교원양성 및 교·사대 혁신 지원을 위해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교전원에서 2년간 교육 관련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방안과, 교육 관련 학부생이 석사과정까지 이어서 밟는 학·석사 5∼6년제 형태가 거론됐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반발이 컸다.
교원 전문성 강화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학생 수 감소에 맞춰 예비교사의 재학 연한을 늘리려는 '구조조정 꼼수'를 쓴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 교대생들이 모인 집회도 진행됐다.
전날인 20일 전국교원양성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의견수렴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교육부가 교전원 시범운영 계획을 유보하되 양성체제 개편 논의가 계속 발전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고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맞춰 교원양성체제를 개편하는 게 중요한 과제지만, 교전원 도입은 시간을 두고 고민할 문제라는 것이다.
교원감축 맞물려 현장 반발 우려…"올해 예산은 교·사대 교육과정 개편에 활용"
교육부가 이처럼 내년도 교전원 시범 도입을 중단한 것은 내주 발표할 '중기 교원수급계획'과 맞물려 교육현장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달 17일 국민의힘과 교육부는 당정협의회를 열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을 적정 규모로 조정할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을 조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정이 학령인구 '감소'를 교원 수 '조정'의 배경으로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교육계에서는 교원 수 자체를 줄일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학생 일대일 맞춤형 교육과 고교학점제 실현 등을 위해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교육현장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 방침은 우리나라의 교육을 '콩나물시루'로 상징됐던 과거 모습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라며 감축 계획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학교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그에 합당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오승걸 실장은 "교원 감축과 교전원 문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며 "(교원 감축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 반발은 전부터 줄곧 이어져왔던데다 올해 예산을 이미 100억원 이상 배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 교전원 시범 운영을 백지화한 것이 며칠 뒤로 예정된 교원 감축 발표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말을 앞두고 별도의 공식브리핑 없이 언론에 짤막한 참고자료만 배포한 것도 교전원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으면서 교육현장을 달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교전원 체제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오승걸 실장은 "올해 시범 도입하려는 것은 중단하지만, 교육과정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함께 논의를 지속해서 여건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교·사대 측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올해 배정된 예산(시범 대학원 2곳 x 50억원 + 정책연구 5억원= 105억원)은 교·사대 교육과정 개편과 정책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점이나 교육계의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이 좌초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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