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캡틴' 주세종 "흥민이가 정말 대단하네요"

김태운 sportskim@mbc.co.kr 2023. 4.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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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리그1 승격팀 대전의 돌풍이 매섭다.

리그 16골로 팀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고, 7라운드가 끝난 현재 4승 2무 1패로 승점 14점을 따내며, 울산·포항에 이어 리그 3위에 자리하고 있다.

팬들의 열기 역시 '축구특별시'라는 대전의 별명이 떠오를 만큼 아주 뜨겁다. 올해 홈 4경기에서 관중은 총 59,403명이 입장했는데, 지난 시즌 K리그2 20경기 동안 기록했던 45,411명을 겨우 4경기 만에 뛰어넘었다. 올해 평균 관중으로 비교해도 서울과 울산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대전 구단 측은 판매 상품 매출 역시 이미 지난 시즌을 뛰어넘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대전의 상승세는 어느 한 선수의 활약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주장 주세종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올 시즌 리그에서는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 활약이 수치와 기록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팀에 부족한 '경험'을 채워넣으며 대전의 약점을 지우고 있다.

사진출처: 유튜브 '대전하나시티즌'

2라운드 인천과의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하고 한 달 만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온 주세종. 아직 몸이 완전치 않아 지난 주말 울산과의 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도 선발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이민성 감독은 경기날 오전 주세종에게 직접 선발 출전을 요청했다. 주세종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2 대 1 승리를 이끌었고, 베테랑의 경험을 필요로 했던 이민성 감독의 기대에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세종은 프로 데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이전까지는 감독, 코치, 선배가 시키는 대로 축구를 해왔다면, 지금 대전에서는 다르다. 팀원들과 함께, 코칭스태프와 팬들과 다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고, 프로에 와서 이런 감정은 처음 느낀다고 밝힐 정도로 주세종은 설렘 가득한 축구를 해나가고 있다.

Q. 부상에서 돌아와 울산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따냈다. 복귀한 소감이 어떤지?

A. 부상 이후에 조금 바깥에서 저희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만 지켜봤는데, 그때 진짜 너무 같이 하고 싶었고 진짜 같이 들어가서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울산전에서 같이 하면서 또 승리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기뻤던 것 같아요.

Q. 직전 수원FC전 쓰라린 패배 이후 승리라 더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A. 사실 저희가 물론 K리그1에 와서 많이 힘들 거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어쨌든 시즌 첫 패였잖아요. 선수들이 겉으로는 이제 한 경기 졌는데 다시 준비하면 되지 뭐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각자 이제 다들 또 이기다가 역전이 된 경기여서 기분들이 조금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경기장에 있었으면 조금 더 우리 선수들이랑 소통을 하고 벤치랑 소통을 해서 조금 더 이 결과를 적어도 승점 1점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좀 많이 미안하면서도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Q. 지난주 FA컵 3라운드에서 마스크를 쓰고 복귀전을 치렀다.

A. 사실 몸 컨디션이 100%인 상태는 아니었고 이제 다가오는 울산전을 생각을 해서 천천히 몸을 끌어올린다라는 생각을 갖고 경기를 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하다 보니까 사실 제가 생각한 것만큼도 경기력이 안 나와서 좀 많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Q. 마스크를 써보는 게 커리어에서 처음인지?

A. 예 처음입니다. 사실 이게 흥민이도 월드컵 때 마스크를 쓰고 했는데 뉴스나 이런 걸 통해서 들었을 때는 '보이지 않는다. 좀 어렵다' 이렇게 얘기를 해도 사실 선수 본인이 안 해보면 잘 모르잖아요. 그 느낌을. 그래서 처음에 마스크를 쓰고 훈련할 때는 괜찮은데 싶었는데 이제 막상 경기장 들어가니까 많이 흔들리고 또 볼도 잘 안 보이고 상황 판단이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정말 쉽지 않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A. 약간 눈 밑을 받치기 때문에 마스크가 또 검은색이어서 검은 라인처럼 이렇게 보이는 게 있고, 또 평상시에 제가 공을 볼 때 숙였던 고개의 각도가 있으면 그것보다 더 숙여야 공이 보일 정도로 잘 안 보여서 패스 타이밍이나 뭐 이런 걸 잡는 데 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확실히 이제 상황 인지하는 게 주위를 많이 살피고 이래야 되는데 그 짧은 순간순간에 살펴야 되는데 그 부분이 잘 보일 때도 있지만 또 안 보일 때도 있어서 그게 좀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Q. 카타르월드컵 당시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A. 저는 리그 경기고, 또 흥민이 같은 경우에는 정말 월드컵에서 사실 정말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자리에서도 그렇게 마스크 쓰고 이렇게 노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도 정말 존경하게 되고, 정말 이 선수가 한국 축구를 위해서 본인이 많이 노력을 했구나라는 걸 또 한번 느끼게 된 것 같아요.

Q. 올 시즌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서 팀을 이끌고 있다.

A. 사실 주장을 맡게 되면서 권위적이거나 선배로서 후배들한테 잔소리를 하거나 그런 주장이 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조금 어린 선수들도 나서서 할 수 있고 또 나이 많은 선수들도 그런 걸 다 받아줄 수 있고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좀 '원팀'이 되길 원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도 굉장히 잘 따라와 주고 있고 또 저 또한 선수들한테 많이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까 100%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저희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컬러 같은 게 하나가 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 좋게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Q. 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 B팀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지난 FA컵 3라운드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A. B팀 선수들 중에 물론 A팀에 가고 싶어서 정말 노력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에 '나는 B팀 선수니까 B팀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선수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아직도 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간절함이라든가 조금 우리 대전하나시티즌에 대한 자존심 같은 게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정말 저도 모르게 화를 그렇게 내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을 해요.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더 경기장에서 프로답게 경기를 풀어가고 저희 선수들은 조금 그냥 안일하게 그냥 대충 한 경기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한다고 제가 느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게 됐는데 사실 화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선수들한테 그렇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했어요.

Q. 울산전 루빅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벤치로 달려가는 모습을 봤다. 거의 전력질주하듯 뛰어가서 벤치와 소통을 하던데, 어떤 내용이었나?

A. 저희가 사실 그날 경기 준비했던 거는 울산 센터백이 볼을 조금 편하게 못 받게 이제 앞에서 레안드로나 티아고가 눌러주길 바랐는데, 실점 상황 직전에 상대 센터백 김기희 형이 볼을 편하게 받았고 그게 볼이 넘어와서 세컨볼이 떨어져서 실점을 했는데 레안드로 선수가 좀 거리를 많이 뒀었어요. 그래서 이제 통역하고 불러서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도 그런 얘기 같이 해주시고 해서 레안드로 선수도 잘 알아듣고 다음부터 또 그렇게 해줘서 잘 됐던 것 같아요. 이게 책임감에서 나오는 행동일 수도 있고요. 또 아무래도 저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 중간중간에 그런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선수가 오재석 형이나 제가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그리고 또 상대가 골 세리머니를 하는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아니면 얘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뛰어가서 빨리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Q. 올 시즌 팀을 이끌면서 '성장했다'고 자주 말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A. 일단 팀적인 것 같아요. 팀적으로 정말로 선수들이 어떤 상대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우리가 하는 축구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정말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요. 또 정말 많은 팬분들이 계속 찾아와 주시고 계시잖아요. 그러면서 저희 팀의 가치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복합적으로 정말 선수·구단·팬 여러 가지가 정말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서 그렇게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선수들이랑 같이 하고 코칭스태프랑 같이 하고 있다는 거에 대해서 매일매일 정말 행복하게 하고 있고 제가 프로 거의 13년 차 정도 됐는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올 시즌에 정말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A. 사실 그전까지는 코칭스태프에서 이렇게 해라 뭐 선배들이 이렇게 해라 그런 걸 많이 따라갔다면 올 시즌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도 저희 선수들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고 코치님들도 저희랑 더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해 주시고 선수들도 나서서 '이런 문제는 이렇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서로 의견을 내기 시작을 했고 그런 것들이 하나가 되다 보니까, 우리 구단 프론트, 코칭스태프 다 같이 팬들이 다 같이 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Q. 시즌 전 목표는 잔류였다. 좋은 분위기를 타는 지금도 목표는 여전히 잔류인지?

A. 앞으로 10승을 하든 15승을 하든 일단은 잔류가 제일 목표고 잔류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뭐 사실 내일이 없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하루하루 한 경기가 정말 우리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을 해야 되고 우리가 계속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정말 시즌 말미에 갔을 때 저희가 잔류 확정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상황이 나올 수 있잖아요. 그때 돼서야 우리가 목표를 조금 수정을 하지 그전까지는 우리는 진짜 잔류만 생각하고 그것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 해서 모두 다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태운 기자(sportskim@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ports/article/6476411_36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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