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도착한 182통의 희망편지

이상원 2023. 4. 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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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금 수기공모에 삶의 희망 얻었다는 사연 쏟아져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수급자 500만 가구 시대
'일할 의지' 이끌어 주는 사회안전판 역할 '톡톡'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5살과 6살난 아이 둘을 데리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유일한 가장으로 생계를 이끄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살아가던 그 때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수급자로 선정됐죠. 밀린 월세를 내고, 아이들은 미술심리치료를 받았습니다. 결핍과 어려움에 정말 많이 울고 아파했는데요. 장려금의 수혜는 우리 가족이 성장하고 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경기 남양주 이OO씨.

"취업준비마저 포기하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려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아버님이 근로장려금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한 마음에 고시원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흐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순간 저도 세상에 베풀겠다는 의지가 더 명확해 졌습니다." -경북 영주 홍OO씨.

"유방암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잃었습니다. 장기간 병수발하면서 직장도 잃고, 아내와 함께 일궈 놓은 재산도 사라졌죠. 두 딸을 키우기가 막막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미술용품조차 사주기 힘들었는데요. 때마침 받은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제 인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을 줬습니다." -전북 익산 김OO씨.

올초 전국에서 182통의 감사편지가 국세청에 도착했습니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받고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담은 수기를 보내온 것이죠.

구구절절 안타깝고 어려운 사정이 많았는데요. 이들은 모두 정부가 지급한 장려금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극단적 선택을 피해 살아있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사연도 담겼죠.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누가 받는 것인지, 어떤 경우에 받는 것인지는 잘 모르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지급받는 복지혜택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수급대상이 되는 본인들조차도 잘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하지만, 근로장려금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선 사연들처럼 힘을 얻고, 희망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이죠.

2021년 기준 근로장려금 수급가구는 441만가구, 자녀장려금을 수급하는 가구는 58만가구에 달합니다. 수급자 중에는 혼자 사는 단독가구도 있지만,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장려금을 수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급자의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에서 힘을 얻는 국민들은 1000만명을 훌쩍 넘습니다.

■ 근로·자녀장려금 수급가구수
2008년 59만 가구(아시아 최초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시행)
2009년 57만 가구
2010년 52만 가구
2011년 75만 가구
2012년 78만 가구
2013년 85만 가구
2014년 236만 가구(자영업자도 지급, 자녀장려금 신규도입)
2015년 238만 가구
2016년 272만 가구
2017년 273만 가구
2018년 498만 가구(연령 및 소득기준 완화)
2019년 506만 가구(반기 지급제도 첫 시행)
2020년 497만 가구
2021년 499만 가구

특히 근로장려금은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혜택이 아닙니다. 일을 하는 국민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제도이죠.

일은 하지만 너무 적은 소득 때문에 근로의욕이 꺾여 기초수급자 등 더 어렵고, 사회적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방어하는 사회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2008년 아시아 최초로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금이 도입될 때에는 수급가구가 59만 가구에 그쳤는데요. 해를 거듭하면서 그 수급요건을 완화해 2014년에는 수급가구가 100만가구 단위를 넘었고, 2022년에는 500만 가구까지 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5% 정도가 연관된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잡았죠.

근로장려금은 지원대상이 늘면서 보편적인 소득지원 정책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수급대상 가구당 지급액이 연평균 110만원 수준이지만, 저소득층에는 아주 중요한 살림밑천이 되고 있거든요. 

더구나 최근에는 근로장려금의 수급대상과 수급금액이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물가변동을 감안해서 올해는 수급대상 재산기준이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완화됐고요. 지급액도 10% 늘어나서 맞벌이 기준 최대 수급가능금액은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2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은 소득 5분위 중 가장 낮은 소득1분위와 2분위에 지급이 집중돼 있고, 이로 인한 해당 가구의 소득은 6.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소득의 재분배를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 2023년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재산기준
가구원 재산합계 2억원 → 2.4억원
■ 2023년 근로·자녀장려금 연간 최대지급액
단독가구 : 150만원 → 165만원
홑벌이가구 : 260만원 → 285만원
맞벌이가구 : 300만원 → 330만원

최근 정부가 세수입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조세지출을 줄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로장려금제도도 축소해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다행히 정부는 조세지출 축소방안에 장려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마다 조세특례정책의 성과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정책운영에 필요한 점검일 뿐이며, 근로장려금 등의 조세특례를 줄이거나 폐지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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