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에 한국영화가 사라졌다

이은지 2023. 4.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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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4월 21일 (금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최근 극장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올해 개봉했던 <교섭>, <유령>, <대외비> 같은 영화들 기대를 많이 모았지만 줄줄이 흥행에는 실패했고요. 지난달 한국 영화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이 코로나19 기간만 제외하고는 역대 3월에서는 최저치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영화가 전체가 문제일까요? 아니요. 일본 영화들, 특히 애니메이션들 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 '구원 투수'가 될 작품은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편집장님 안녕하십니까?

◆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이하 박혜은): 네, 안녕하세요. 박혜은입니다.

◇ 이현웅: 편집장님, 요즘에 한국 영화 '빙하기'다, '초유의 사태'다. 위기감이 상당한데, 편집장님도 똑같이 느끼시나요?

◆ 박혜은: 네, 확연히 숫자가 좀 다르다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쉽게 말씀드리자면, 2023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 백만 명이 넘은 영화 몇 편이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하시나요? 사실 여러 편의 기대작들이 개봉을 했었는데 지금 현재 2023년 탑텐의 박스 오피스만 살펴보면, 한국 영화 중에 백만 관객 돌파한 영화는 단 2편뿐이에요. <영웅>, <교섭>.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면 <영웅>은 2022년 12월 21일 날 개봉했기 때문에 2023년에 처음 극장에 걸린 작품 중에 백만 돌파한 한국 영화는 <교섭> 한 편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 정말 침체기라는 것은 확연하게 숫자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이현웅: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 극장으로의 발길이 좀 많이 줄긴 했잖아요. 그래서 혹시 적은 건 아닐까요?

◆ 박혜은: 사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2022년과 2023년 같이 비교를 해서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23년 3월 결산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이 한 26.8% 정도. 그런데 이게 2004년 이후에 집계된 중에는 가장 낮은 수치고요. 2019년 2월과 비교해 보면 그냥 10% 수준밖에 안 되고요. 그리고 작년과 비교를 해봐도 한 70% 정도 낮은 수치라고 보실 수 있어요.

◇ 이현웅: 작년보다도 낮아요, 오히려?

◆ 박혜은: 예, 맞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정말 위기라고 느껴지는데, 가장 큰 부진의 요인을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박혜은: 사실 지금 한 가지 요인을 꼽기에는 좀 어려울 만큼 안 좋은 조건들이 악순환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극장으로 오는 관객들의 발수가 줄어들었고 이것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거라고 보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 완성되었지만 극장 개봉을 못했던, 그러니까 개봉을 앞으로 해야 하는 영화들이 사실 쌓여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 쌓여 있는 영화들이 관객들을 모아서 매출을 내야 또 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 텐데, 지금 현재 묶여 있는 작품들이 너무 많다 보니 새로운 작품의 투자가 거의 어려워진 상황이고요. 그러니 이렇게 점점 볼만한 영화가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관객들은 또 극장을 찾지 않게 되는. 이런 식의 악순환들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실 지금이 한국 영화의 가장 극심한 위기다, 침체기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보다 이후 내년이나 내후년이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굉장히 커지고 있거든요. 지금은 그나마 극장에 걸 수 있는 작품들이 어느 정도 기다리고 있고 대기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보통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짧게 잡아도 3년, 길게 잡으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단 말이죠. 그러면 지금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그 이후에 한국 극장가에는 새로운 한국 영화를 만나보는 게 어려운 일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현웅: 그러면 한국의 문화산업이 다 죽었냐. 보면 OTT 서비스에서 공개되는 드라마들은 큰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혹시나 그쪽으로 인이라고 할까요, 배우나 감독들이 다 넘어가서 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까요?

◆ 박혜은: 예, 맞습니다. 인력뿐만이 아니라 사실 투자 자체도 OTT 드라마에 훨씬 더 많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해요. 그러니까 코로나 팬데믹 시즌에 OTT 산업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잖아요. OTT 산업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계속 내놓고 또 좋은 콘텐츠를 라이브러리처럼 쌓아두어야만 새로운 구독자들을 유입했을 때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고 이탈을 막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인력들뿐만 아니라 투자 금액들도 OTT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래서 OTT 쏠림 현상도 있지 않나라는 판단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구독료가 보통 1만 원대에서 2만 원대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요즘 극장 티켓 가격도 많이 올라가서요. '이 돈이면 그냥 OTT 구독할래'라는 분들도 주변에 있는 것 같거든요. 혹시 이런 티켓 가격을 내리거나 하면, 그래도 좀 저렴하면 '이 영화 그래도 한번 보러 가지, 뭐' 이런 분들도 좀 생기지 않을까요?

◆ 박혜은: 사실 그런 이야기들도 속속 영화계 안에서 힘을 실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는 해요. 그전에 한 가지 말씀 드린다면, 분명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극장의 매출이 현격히 떨어졌고 피해가 굉장히 큰 상황이어서, 코로나 팬데믹 시즌 동안, 2019년과 비교하면 지금 현재 극장 가격이 평균적으로 4천 원 정도 올랐다고 말씀 드릴 수 있거든요. 평일은 한 1만 4천 원 정도 하고, 주말에는 1만 5천 원 이상, 특수관을 보신다면 또 2만 원 이상의 극장 티켓 가격을 지불을 하시고 계신데요. 해외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아주 소폭이지만 '극장에 와서 다시 영화를 보라'라는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극장 가격을 조금 인하하는 몸짓도 보여주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극장은 지금까지의 손실을 어쨌든 만회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티켓 가격을 올린 상황이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 티켓 가격이 OTT 한 달 관람과 거의 같은 가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서는 또 극장에서 걸렸던 영화가 4주에서 8주 정도만 기다리면 또 이렇게 VOD나 OTT로 넘어오는 이런 홀드백도 짧아진 관람 행태들이 바뀌면서, 아무래도 극장 가격과 OTT 가격을 1:1로 비교하시면서 소비하시는 관람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이현웅: 청취자님께서도 "요금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 가고 있어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고 계시거든요. 근데 또 생각을 잠깐 바꿔보면, 최근에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이런 영화들 400만인가 넘겼다고 제가 들었거든요. 그러면 결국 영화관으로 갈 사람들은 다 가서 본다는 거잖아요?

◆ 박혜은: 예, 맞습니다. 전체적인 규모로 따졌을 때는 아주 완전히 엄청난 큰 흥행을 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의 모든 스코어를 뛰어넘으면서 역대 1위에 올라설 인기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슬램덩크> 같은 경우도 400만 관객 돌파하면서 극장으로 이렇게 'n차 관람'을 유도하는 영화다라는 소문이 났었거든요. 근데 지금 이것도 보면, 이 작품들은 지금 극장에서만 봐야 하는 어떤 이유가 되게 명확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해외 작품들이기 때문에 VOD나 OTT로 넘어오는 시간이 한국 홀드백보다 좀 긴 경우들도 있고요. 또 하나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라는 입소문이 관객들 사이에 퍼지면서 OTT보다는 극장으로 향해서 보는 관객들이 그만큼 이 정도 숫자는 존재한다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 이현웅: 그렇군요. 정말 말씀해 주신 것처럼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국내 영화 중에서도 흥행을 하고 재투자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그런 구원 투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혹시 그런 기대작 같은 건 없습니까?

◆ 박혜은: 지금 최근에 한국 영화계 역대 1위죠,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을 만든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 개봉을 했고요. 속속 기대작들이 개봉 시기들을 확정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해에 코로나 팬데믹이 드디어 극장에서 끝나고 활기를 찾았습니다라는 신호탄이 되어 준 영화, <범죄도시> 속편이죠. <범죄도시3> 같은 경우도 이제 상반기 개봉을 하겠다라고 개봉 일정을 확정을 했고. 또 특히 가장 중요한 올 여름 극장가가 얼마만큼 살아나느냐에 따라서 극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 같은 경우에는 7월에 개봉 일정을 확정을 했어요. 이런 식으로 각 기다리고 있었던 소위 텐트풀, 여름 영화들이 극장 개봉 일정을 확정을 하면서 관객들의 기대를 조금씩 높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 이현웅: 혹시 말씀해 주셨던 작품들 일부라도 먼저 보거나 하시지 않았고요?

◆ 박혜은: 예, 이제 곧 개봉하는 작품들 같은 경우는 봤지만 여름 극장가 영화들은 아직은 보지 못한 상태이긴 해요.

◇ 이현웅 제대로 된 구원 투수 역할,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박혜은: 기대는 굉장히 크고, 그런데 오히려 기대가 너무 너무 크면 또 아쉬워하시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아서 저도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기는 한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극장 이외의 안팎의 상황들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지금까지 몇 년마다 한 번씩 '한국 영화에 위기가 왔다', '빙하기다' 이런 이야기들 10년 사이에 서너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실질적인 수치로 봤을 때는 지금이 가장 극심한 빙하기가 오기 직전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극장으로 관객을 데리고 오는 가장 큰 힘은 영화 외적인 어떤 상황들보다는 영화 자체의 힘이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작년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범죄도시> 이후에 또 <탑건> 같은 작품들이 '극장에서 봐야 되는 영화다'라는 입소문을 모으면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았잖아요. 사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라는 건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경험이거든요. 그 경험을 얼마나 풍족하게, 만족스럽게 해 줄 것인가라는 부분에 가장 큰 알맹이는 영화가 쥐고 있다라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아직 개봉하지 못한 90여 편의 영화들 중에도 분명히 그런 구원 투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지금 관객들을 위해서 고심 끝에 만들었던 덩치 큰 영화들도 관객들을 '극장 가자'라는 경험을 선택하게 할 만한 힘이 있는 작품이기를 바랄 뿐이죠.

◇ 이현웅: 정말 그런 마음이 가득한데. 일각에서는 손해 보지 않을 영화만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냥 좀 잊고 살다 보면 종종 어디 아카데미니, 칸이니. 한 번씩 작품이 올라갔다, 이런 소식이 들려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적은 것 같단 말이죠. 이런 영화 만드는 분위기 자체도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요?

◆ 박혜은: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저는 되게 뼈아픈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쌓여 있는 영화들을 언제 개봉을 할 것인가가 관객들이 적기 때문에 이 작품을 극장으로 언제 내놓을지 모르겠다라는 고민도 있겠지만, 그 작품이 극장에 나왔을 때 반드시 관객들이 극장으로 불어올 만큼 자신감 있는 영화냐. 그 두 가지 질문이 사실 섞여 있다고 보는 거거든요.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어떤 영화들이 800만, 900만 굉장히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나 신선함적인 면에 있어서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조금씩 떨어지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가 사실 없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마침 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악재가 함께 터지면서 같이 되게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퀄리티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영화를 만드시는 모든 분들이 굉장히 굳건하게 가지고 있는 생각인 것 같고요. 다만 그런 영화들이 이제 밖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투자하는 부분들도 조금 경색이 풀려야 할 텐데, 그 부분들 자체에 약간 우려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좋은 기획이 있지만 이 작품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때문에 만들어지지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사실은 한편에 있어요.

◇ 이현웅: 알겠습니다. 이제 시간이 다 돼서 마무리 말씀을 들어야겠는데,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혜은: 한국 영화계 빙하기 늘 잘 헤쳐 왔어요. 지금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시기지만 또 골든타임, 기회인 시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해서 풍족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그 고민을 한국 영화계가 빨리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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