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니까 45세 세터도 괜찮겠죠?”
감독보다 나이많은 베테랑
여전히 V리그 최고 세터 군림
사상최초 4연속 우승할 차례
못 이룬 亞게임 금도 욕심나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만큼 한선수의 올 시즌은 훌륭했다. 한선수가 이끈 대한항공은 3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통합 3연패’를 이뤄냈고, 또한 한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컵대회까지 모두 우승하는 것을 뜻하는 ‘트레블’에도 성공하며 왕조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선수 그 자신 역시 챔피언결정전 MVP에 이어 세터 포지션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품에 안았다. 한선수는 “사실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 선배가 탄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최초라고 해서 조금 놀라우면서도 영광스러웠다. 오래도록 배구를 하다보니 상도 받게 됐다”며 “챔프전 MVP는 당일 활약으로 받는거라 이름이 없고, 정규리그 MVP는 이름도 새겨져있더라”며 신기한 듯 소감을 말했다.
자신의 말대로 한선수가 오래도록 배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2007년 데뷔한 1985년생 한선수는 어느덧 대한항공 한 팀에서만 17년차 프로선수가 됐고, 그 사이 세 딸의 아빠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대한항공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보다도 2살이 많다. “감독과는 토미라고 이름을 부르면서 친구처럼 배구 이야기를 오래 나눈다”고 말한 한선수는 “아이들이 집에서는 엄마를 찾는데 배구장 놀러오면 그 때는 아빠를 찾더라. 우승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아빠로서 무게감이 커지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우승 직후 42세까지 현역을 이어가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던 한선수는 바뀐 생각을 알렸다. “1년, 1년 느끼는 게 다른 나이가 되어서 42세 정도를 얘기했는데 운동 능력과 감각을 잘 유지한다면 조금은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운을 띄운 한선수는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하니 민폐가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전제 하에 45세까지도 생각해보겠다”고 유예기간을 늘렸다.
물론 그 자신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으니 나올 수 있던 말이기도 하다. 한선수는 30대 후반이 된 지금도 프로배구 최고의 세터로 인정받으며 2015년 이후 꾸준히 연봉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봉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도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인 곳을 찾아서 공을 띄우는 러닝 세트 비율도 45.53%로 국내 세터 중 홀로 40%대를 기록하고 있으니 후배들도 그에게 은퇴하라는 말을 감히 꺼낼 수가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던 한선수도 세터로서의 자존심은 숨길 수 없는 듯 “아직 국내에서 내가 최고 세터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상대팀 서브가 점점 매시즌 강해지고, 리시브 효율도 매년 같이 떨어지고 있지만 세터는 어쨌든 공격수가 잘 때릴 수 있는 자리에 올려놓는 일을 하는거다. 각자의 생각과 색깔을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것을 고집이라고 한다면 고집도 있어야 한다”고 자신의 세터론도 펼쳤다.
김명관이나 이현승(이상 현대캐피탈) 등 후배 세터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한선수는 “어린 선수들이 키나 운동 능력, 토스 등 기본적으로 다 좋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대표팀 등지에서 물어보면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겠다”고도 말했다.
한선수는 “남은 목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4연패다. 이번 통합 3연패는 4연패를 가기 위한 발걸음이자 준비였다고 해도 된다”며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바로 앞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딱 앞에만 본다. 다음 시즌 4연패를 위해 한 발 한 발 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4연패 외에 더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냐고 묻자 한선수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했다. 국가대표에서도 오랜 시간 활약해온 한선수는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 동은 다 있는데 금만 없다”고 돌아본 한선수는 “올림픽까지 국가대표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꼭 한번 해보는 것이 국가대표로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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