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대신 ‘RUD’ 표현 쓴 스페이스X 스타십 실패...“추진체와 우주선 분리 결함 추정”

이병철 기자 2023. 4. 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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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 우주선 스타십, 첫 시험 비행에서 폭발
추진체와 우주선 분리하는 장치의 신호 발생 여부가 관건
스페이스X “비행 종결 시스템 정상 작동” 공중 폭발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즈빌 보카치카 해변에서 발사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상공에서 폭발하고 있다. 이륙하고 3분 후 우주선 스타십이 궤도비행을 시작했어야 했지만, 분리가 이뤄지지 않고 그대로 폭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 이주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 ‘스타십’의 첫 시험 비행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시험 비행 실패는 추진체와 우주선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비행 중 관찰된 엔진 결함이나 기계적인 오류가 분리 장치의 오작동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는 이달 20일 오전 8시 33분(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에 있는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 발사된 스타십이 공중에서 폭발했다. 폭발은 스페이스X가 스타십의 비정상적인 비행을 확인하고, 발사 실패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비행 종단 시스템’을 가동해 일어났다.

이번 시험 비행은 스타십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구 궤도까지 도달한 후 다시 착륙해 회수한다는 목표로 이뤄졌다. 그러나 스타십은 발사 4분여가 지난 후 공중에서 폭발하며 이날 시험 발사는 실패로 마무리됐다.

스페이스X는 이날 시험 발사가 실패한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스타십은 시험 비행 중 엔진이 여러 개 꺼지고, 고도가 내려가는 등 비행에 문제가 있었다”며 “비행종단시스템(FTS)은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비행 종료 시스템은 비행체에 오작동으로 인해 지상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자폭 장치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를 폭발로 부르지 않고 러드(Rapid unscheduled disassembly·RUD)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팰컨9 로켓 개발과정에서 발생했던 폭발사고를 완곡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예정에 없었던 신속한 분해’라는 뜻의 우주용어이다.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는 우주선 '스타십'의 모습. 시험 비행 중 발사체(아래 흰색)와 우주선(위 검정색)을 분리하는 장치의 결함이 시험 비행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UPI 연합뉴스

국내 발사체인 나로호 개발을 이끈 조광래 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내부적인 원인 분석이 끝나야 실패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진체와 우주선이 분리돼야 하는 시간이 지났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만큼 분리 장치의 결함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리 장치는 우주선 내부에 자체적으로 내장된 신호 장치로,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서 추진체와 우주선 분리 신호를 낸다. 분리 장치에서 신호가 발생하면 추진체는 지상으로 떨어지고, 우주선은 추진체에서 분리돼 자체 엔진을 이용해 다시 비행을 시작해 지구 궤도로 도약하는 방식이다. 이때 신호가 발생하는 조건은 추진체의 연료 소모량, 비행 시간처럼 여러 상황 중 발사체의 특성에 맞는 것을 고려해 결정된다.

조 전 원장은 “스타십에 적용된 분리 조건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신호가 정상적으로 발생했다면 분리 장치의 결함이 폭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엔진 결함 모습도 보여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닷컴, CNN,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서도 스페이스X 관계자를 인용해 “스타십이 ‘예정에 없던 신속한 분해’를 경험하면서 스페이스X가 비행 실패로 인한 추락 피해를 막기 위해 ‘비행 종결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스타십은 발사 직후부터 일부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 발견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로켓 중 가장 거대한 크기와 힘을 자랑하는 스타십에는 33개의 랩터 엔진이 장착돼 약 7590톤(t)의 추력을 낼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거대 우주선 ‘새턴V’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시험 발사를 생중계한 스페이스X 관계자는 “33개의 랩터 엔진 중 3개가 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시험 비행 생중계 장면에는 스타십이 비행을 시작한 후 33개의 엔진 중 3개가 정상 작동을 하지 않고, 추가로 3개의 엔진의 작동이 멈춘 장면이 비춰졌다. 일각에선 만약 엔진의 정상 작동과 관련한 조건에서 분리 장치가 가동하도록 계획했다면 엔진 결함이 시험 비행 실패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추진체를 설계할 때 추력을 발사에 필요한 최소치보다 높게 적용해 일부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비행 자체에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스타십은 분리가 예정된 고도와 비행 시간은 충분히 달성했다.

스페이스X의 지난 20일(현지 시각) 직원들이 관제실에서 스타십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실패 원인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안으로 재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AFP(SPACEX) 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이번 시험 비행이 실패로 마무리됐으나, 실패 데이터가 스타십 개발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험발사는 앞으로 스타십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날 스타십의 시험비행에 실패한 이후 직원들에게 사내 공지를 통해 “우리는 올해 스타십이 정상 궤도에 도달한 후 부스터와 우주선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리는 결국 화성에 도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시험 비행을 지켜보던 현장의 시민들도 스타십이 폭발한 이후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다음 시험 비행에 응원을 보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시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수개월 후 다음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스페이스 X는 2025년 스타십 100회 발사와 나사의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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