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94) “고운달 43은 고운달52의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부담은 줄였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2023. 4. 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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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의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도수 낮춘 고운달43 신제품 출시
고운달43, 6개월 발효, 1년 숙성한 뒤 두번 증류, 다시 1년간 오크숙성해 완성
“이중숙성으로 한결 맛이 깊으면서도 부드러워…스트레이트로 소량씩 마시길”
고운달43 출시 행사에서 문화이벤트로 열린 즉석 붓글씨 쓰기. 서동형 서예가가 10m 길이의 천에 '천하명주 고운달' 글씨를 쓴 뒤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새로 나온 고운달43(오크숙성)은 재료인 오미자향은 물론 우드향, 화이트초콜릿, 카라멜향이 느껴집니다. 굉장히 부드러우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향입니다. 맛을 보니,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밸런스가 아주 뛰어난 명주임에 틀림없습니다. 숯불향을 입힌 육고기, 안심스테이크, 훈제 오향장육 같은 음식, 심지어 파스타, 피자까지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국내 최고급 증류주 고운달 새 제품(알코올도수 43도)이 20일 첫선을 보였다. 2016년 고운달52(알코올도수 52도) 제품이 나온지 7년만이다. 기존의 고운달52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를 10도 정도 낮춰,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오크향은 여전했다. 고운달43 신제품 가격은 500ml 한병이 20만원으로 고운달52 36만원보다 크게 내렸다.

고운달43 신제품을 내놓은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제품 소개를 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고운달은 우리나라 최고의 양조전문가 이종기 대표의 필생의 업적이다. 올해로 43년째 술 제조를 하고 있는 이 대표가 그동안 만든 술은 윈저, 골든블루, 패스포트, 오미로제, 문경바람 등 두 손으로도 다 꼽지 못할 정도다. 가깝게는 작년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대통령실에서 건배주로 선정한 술이 그가 세계 최초로 오미자로 만든 ‘오미로제 결’이다. 오미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최근 싱가포르에도 수출이 시작됐다.

고운달43 출시행사장은 풍류마당을 방불케했다. 서동형 서예가가 즉석에서 10m 길이의 흰 천에 ‘천하명주 고운달’ 글씨를 쓰고, 행위예술가 공연, 대금연주 등이 새 술의 탄생을 축하했다.

고운달43 출시행사에 참가한 인사들이 제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장편소설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 작가는 “고운달이 ‘세계 속의 명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 역시 “오랫동안 전통주를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이제야 한국인으로서 외국인에게 떳떳하게 한국술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은, 고운달 같은 세계명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정욱와인연구소의 최정욱 소장(소믈리에)는 페이스북에서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알코올 도수를 43도로 낮춘 고운달43은 찌르는 알코올 취가 거의 없고, 오크향이 더 강화돼 훨씬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체감으로 느끼는 알코올 도수는 거의 20도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고운달43 출시행사에 참석한 김홍신 작가가 축사를 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고운달의 ‘고운’은 곱다, 높은 구름 등의 의미가 있고, ‘풍류’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든 최치원 선생의 호이기도 하다. 오미나라측은 “우리 농산물 100%로 만든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은 격조 높은 풍류문화를 추구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운달43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운달52보다 알코올 도수가 9도 낮은 만큼 물을 많이 타서 도수를 낮춘 것일까? 고운달을 만든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운달52와 고운달43은 증류 후 숙성과 블렌딩을 거치는 과정이 전혀 다르다는 게 이종기 대표의 설명이다. 우선, 고운달 제조공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고운달은 재료가 오미자 한가지다. 오미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 등 5가지 맛이 나는 열매다. 원산지가 한국이며, 오미나라 양조장이 있는 경북 문경이 최대 생산지다.

고운달43 신제품은 기존 고운달52 제품과 다른 디자인의 병과 라벨을 사용한다. 산과 구름, 달을 표시해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는 마음을 표현했다. /박순욱 기자

9월말에 오미자를 수확해 세척과 착즙을 거쳐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약 6개월간 발효과정을 거치면 오미자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 와인을 바로 증류하는 것은 아니다. 발효가 끝나고도 약 1년간의 숙성을을 거친 오미자 발효액(알코올도수 12도)을 상압식 동증류기로 2차례 증류를 하고 옹기와 오크통에서 약 1년간의 숙성을 한 후 블렌딩과 여과를 거쳐 제품이 완성된다. 옹기 숙성 제품이 고운달 백자, 오크 숙성 제품이 고운달 오크다.

언뜻 보면, 간단하게 보이는 이 공정이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마무리된 것은 오미자 열매가 술 발효에는 취약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오미자는 신맛은 강한 반면, 발효에 꼭 필요한 당도는 약해 발효가 중간에 중단되기 일쑤였다. 샴페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오미자 발효는, 결국 이종기 대표가 오랜 발효와 숙성을 통한 개발 노력을 한 덕분에 세계 최초의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가 2011년 세상에 나왔다. 그후 5년 뒤 오미자 스틸와인을 두번 증류한 고운달52가 뒤이어 출시됐다.

이번에 나온 고운달43은 알코올 도수가 크게 차이 나는 두가지 증류원액을 6개월 정도 따로 숙성시킨 뒤 이를 섞는 블렌딩을 거쳐 만들어졌다. 블렌딩 후에도 다시 3개월 이상 2차 숙성(안정화 공정)을 한 뒤에 병입으로 마무리했다. 이종기 대표는 “블렌딩 전에 1차 숙성, 블렌딩 후에 추가 숙성을 거치는 이중 숙성(double maturation)을 한 덕분에 고운달43은 훨씬 맛이 깊으면서도 목넘김이 아주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운달43의 향과 맛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트레이트로 소량을 머금고 음미하며 마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고운달43은 2019년 출시를 앞두고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출시가 3년이나 연기된 술이다. 개발 당시에는 36도, 40도, 43도, 45도 등 여러가지 도수의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를 거친 결과, 고운달의 향과 맛을 살리면서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에 적합한 알코올 도수가 43도라고 판단, 신제품의 최종 알코올 도수를 43도로 정했다. 이종기 대표는 “오미자를 착즙해 6개월의 발효와 1년의 숙성을 거친 연후에 2차례 증류를 하고 이를 다시 오크통에서 1년간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한 덕분에, 허브 향, 과일 향, 스파이시 향이 잘 조화를 이루고 맛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가격은 여전히 고운달의 숙제다. 36만원(500ml 기준)이나 하는 고운달52에 비해서는 크게 내렸지만, 고운달43의 소비자가격 20만원은 결코 착하지 않다. 소비자가격의 2~3배 가격을 받는 전통주점 입장에서는 더더욱 고운달의 고가격정책은 부담스럽다. 값싼 외국산이 아닌 국산 오미자를 고수하고 발효와 숙성기간을 합치면 3년 이상 걸리는 제조공정상 고운달은 ‘착한 가격’하고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용량을 크게 줄이면 된다. 이번에 나온 고운달43은 용량이 500ml 제품이다. 이를 다시, 200ml 소용량 제품으로도 만든다면,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주점에서도 10만원 이하 금액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는 “이번에 나온 500ml 용량 제품은 잔으로도 술을 파는 위스키바 같은 곳에 잘 어울리고, 여러 술을 한자리에서 즐기는 경우가 많은 전통주점에서는 200ml 정도의 소용량 제품이 더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주점에서는 대개 서너 명이 한자리에서 술을 마실 경우, 막걸리나 약주를 먼저 마시다가 마지막으로 증류주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500ml 용량은 가격은 물론 양으로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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