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장, 사실상 윤 대통령 겨냥해 “불에 타 죽을 것” [특파원+]
中 외교부 “말참견 허용 안해”… 韓 외교부, 주한 중국대사 초치
中,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대만 등 논의 우려 경계심 보여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21일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 외교부가 전날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항의하자 중국 외교부장이 나서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오늘날 국제 규칙을 파괴하고,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중국 대륙이 아니라,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대만 독립을 이용하려는 소수의 국가들”이라며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수호는 천지의 대의”라고 강조했다.
친 부장이 연설에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언급할 때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발언 취지를 거론한 점, 전날 한중 양국이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이 내용을 언급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에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표현을 수차례 썼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한 것이다. 마오닝 대변인도 지난 2월 대만 해협 유사시 한반도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CNN 인터뷰 발언에 대해 같은 발언을 했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상대방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한국 외교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외교적 공방을벌였다. 이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저녁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직접 강력한 항의를 전하기도 했다. 장 차관은 싱 대사에게 왕 대변인의 발언은 외교적 결례라고 거듭 지적하고, 이번 건으로 한·중관계 발전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지 않도록 중국 측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같은 대응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는 윤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대만 관련 사안에 대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전문가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불평등한 한·미 동맹 때문에 미국 방문에서 실용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에 아부하기 위한 충성의 표시로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매체는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고 북한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이것은 한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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