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LH 통해 전세사기 주택 구입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키로
시중 은행들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에 들어가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 본격화… 법률 구조·금융 지원 등도 시행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인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시중 은행들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시작하는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피해자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2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한준 LH 사장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와 LH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긴급 주거 지원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방안의 하나로 LH의 매입임대주택 확대를 거론했다.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거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금융기관의 선순위 채권이 잡혀 있어 공공이 해당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금융기관이 거래대금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 거처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원 장관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지원 긴급 대책 회의에도 참석했다. 원 장관은 “실질적인 주거 지원, 금융 지원에서 나아가 LH의 매입임대제도를 사기 피해 물건들에 대해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채권 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뒤 그 채권을 인수하는 ‘선 지원 후 청구’ 방안에 대해서는 재차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주는 것처럼 이야기해 혼란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 있는 당국에서 선을 긋는 것”이라며 “현실성 있는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각 은행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시작한다. 이에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주택에서 이사 가지 않고 계속 거주하려고 하면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4일부터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전세사기 피해자 대환 대출에 착수한다. 연 1.2~2.1% 금리에 2억4000만 원(보증금의 80% 이내) 한도로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이전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만 저리 전세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국민·신한·하나은행·농협은 다음 달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대환 대출을 취급한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21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법률 구조·금융 지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15억 원을 기부해 전세사기로 피해를 본 이들이 소송·변호사 선임·법률 상담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법률구조 지원 신청은 가까운 법원 소재지 주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거나 전화(국번 없이 132),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면 된다.
신한은행은 또 전세 사기 피해자가 피해 확인서를 제출하면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를 최장 2년간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해당 주택을 구입하거나 경매낙찰을 받을 때 필요한 주택구입자금 대출에도 최장 1년간 2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적용한다. 가구당 금융 지원 한도는 전세자금 대출 1억5000만 원, 주택구입자금 대출 2억 원이다. 사례에 따라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관련해 이날 경매기일이 도래한 27건의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앞서 금감원은 각 금융권 협회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거주 주택의 채권 매각·경매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 매각 유예 및 매각 기일 연기 신청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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