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올해도 어김없이 야스쿠니 공물 봉납···의원 87명은 집단 참배
의원 87명은 집단 참배
내각에서도 참배·봉납 이어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과 의원 87명까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면서 일본정부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일본에 유리한 강제동원(징용) 해법을 내놓고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했지만, 일본은 한·일정상회담 이후에도 초등학교 교과서와 ‘2023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역사 왜곡을 이어갔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한 발 물러섰음에도 일본이 반성과 사죄는커녕 역사인식에서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 예대제(큰 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공물(마사가키)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의 좌우에 세우는 비쭈기나무(사카키)를 뜻한다.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이후 2021년 10월과 지난해 4월, 8월, 10월에 각각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참배한 적은 없다.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춘계 예대제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참배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기시다 총리가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 봉납을 건너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봉납이 이어졌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과거사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군국주의 상징이다. 1978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전범 14명을 합사하며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도조 히데키 전 총리는 1941년 당시 총리대신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으며, 이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아 교수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봉납이 “사인 입장에서의 봉납이라 정부 견해를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명의로 봉납한 것 역시 “그 지위에 있는 개인을 표시하는 경우 관례로 자주 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87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집단 참배했다. 기시다 내각에 속한 각료 중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그는 지난해 춘계·추계 예대제와 태평양전쟁 종전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과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과 정치인들의 참배에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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