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빌라왕'·'빌라의 신'까지…수도권 전세사기 8건 모아보니
전국 각지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1일 현재까지 수도권 일대에서만 최소 8건의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접수됐다. 앞으로 추가 피해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명 '건축왕'이라 불리는 남모씨(62)가 핵심 인물로 꼽힌다. 남씨는 인천 지역에서 2700여채 빌라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건축업자로 2009년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매입해 자신의 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를 직접 지어 임대 사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모두 남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보증금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빌라의 신'이라고 불리는 권모씨는 수사 과정에서 권씨 명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는 임대차계약이 1000건가량 확인되면서 '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권씨 일당은 매매 계약과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국에 주택 3493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피해자 31명과 이들의 보증금 7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오는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권모씨와 공범 2명에게 징역 7~5년 형을 구형했다. 경찰은 권씨 일당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전세 사기에 가담한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등 48명도 검거했다.
'빌라왕'으로 불리는 이들도 여럿 있다. 지난해 10월 숨진 김모씨는 수도권 일대 주택 1139채를 보유하며 170억원 규모의 피해를 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김씨 관련 전세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분양대행업자와 부동산 중개업자 등 18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화곡동 빌라왕' 강모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돼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강씨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하고 입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으로 피해 금액은 31억6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빌라왕'으로 불리는 송모씨는 지난해 12월 숨졌다. 20대임에도 인천 일대에 주택 50채를 매입해 1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송씨와 함께 공모한 공모인 9명을 입건한 상태다.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서도 2건의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접수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18일 250여 채를 보유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대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전세사기 의혹을 받는 임대인 A씨 부부가 "세금 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아라"는 문자를 세입자들에게 보내면서 파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A씨 부부 명의의 전세 계약서를 인증해야 입장이 가능한 피해자 단체 카카오톡 방에는 21일 기준 139명이 모여 있다.
동탄신도시 일대 오피스텔과 주거용 부동산 43채를 소유한 B씨도 지난 2월23일 개인파산과 면책 신청을 접수했다. 현재 사건은 수원회생법원 파산114단독에 배정돼 있다. A씨 부부와 B씨 부부의 파산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피해자 500명 규모의 전세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부동산 중개업자 등 피의자 20여명이 분양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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