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뼈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전기요금 인상은 다음달 예상
한국전력이 21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과 조직, 인력 혁신 방안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주문한 여당의 요구에 한전이 적극적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음달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한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전 및 발전 6사를 포함한 전력그룹사는 전기요금 조정에 앞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20조원 이상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전이 조만간 내놓을 추가대책에는 올해 임금 인상분 반납 등이 담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최근 보도된 한전 일부 직원 가족의 태양광 사업과 한국에너지공대 업무진단 결과 등에 대해 한전은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감사원 및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그 결과에 따라 제도와 절차 개선 등 예방대책을 포함한 철저한 자정 조치를 빠른 시일 내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한전을 향해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한다”고 비판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추가 자구책 마련을 예고하는 등 몸을 낮추고 있지만, 3월 말 예정됐던 ‘2분기 전기 요금’ 인상 여부 결정은 결국 4월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상승에 ‘제2의 난방비 폭탄’과 같은 부정적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년 총선까지 의식한 여당 내에서 선뜻 결정하기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간담회에서 인상 여부 결정 시점에 대해서 함구했다.
이달 마지막 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24∼30일)에 산업부 장관, 한전 사장이 모두 수행하는 점도 인상 여부가 다음달에서야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2021년 이후 분기마다 적용되는 전기 요금은 해당 분기 시작 전에 발표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올해는 제때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2분기인 현재도 1분기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한전은 전기 요금 조정이 늦어질 경우,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1∼2월 한전의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1㎾h당 각각 165.59원, 149.73원으로, 두 달 동안 1조4000여억원의 손해로 이어졌다.
한전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우량인)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고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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