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무패의 사나이 범가너, 구위 떨어지니 방출 대기 신세
메이저리그의 가을을 지배했던 좌완투수 매디슨 범가너(34)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사실상 방출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1일 범가너를 양도지명(DFA·Deginated For Assignment)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DFA란 구단이 선수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구단이 DFA를 행사하면, 해당 선수는 향후 7일 이내 트레이드될 수 있다. 다른 구단의 영입 요구가 없으면 팀 산하 마이너리그 행을 감수하든지, 팀을 떠나야 한다.
범가너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134승을 올렸다. 특히 네 차례 포스트시즌동안 16차례 마운드에 올라 8승3패, 평균자책점 2.11이라는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그가 가을무대에서 활약한 자이언츠는 2010, 2012, 2014년 세 차례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범가너는 2014년 포스트시즌에선 7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1.03으로 맹위를 떨치며 MVP의 영예를 안았다. 월드시리즈에선 5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0.25라는 믿지못할 성적을 남겼다.
2011년부터 여섯 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범가너는 2017년부터 하락세를 걸었다. 2020년 5년 8500만달러(약 1125억원)라는 대형계약을 맺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성적은 오히려 곤두박질쳤다. 지난 세 시즌 동안 15승29패, 평균자책 4.98로 부진하더니 올해는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 10.26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범가너가 맥을 못추는 원인은 구속 하락이다. 91~93마일을 유지하던 구속이 올해는 90마일을 넘지 못했고, 제구까지 흔들렸다.
인내를 갖고 그를 지켜보던 다이아몬드백스 구단은 20일 범가너의 투구를 보고 한 줌 미련도 떨쳐버렸다. 범가너는 2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3이닝 7피안타 4볼넷 7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경기 중엔 상대방 포수와 설전을 벌이는 등 자제력을 잃은 모습도 보였다. 카디널스전 등판후 하루 만에 범가너와 결별을 선언한 마이크 헤이젠 다이아몬드백스 단장은 “이기는 경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범가너의 부진에도 불구, 11승9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에 올라 있다. 2위인 LA다저스(10승10패)에 1경기 차로 앞서 있다.
현실적으로 망가진 범가너를 트레이드로 데려갈 팀은 없어보인다. 범가너를 영입하려면 올 남은 기간 연봉(약 2300만 달러)과 내년 연봉(1400만달러)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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