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장관 “대만 문제 불장난 하는 자 불에 타 죽을 것”…尹 겨냥

‘힘에 의한 대만 현상변경 반대’, 서방 지도자 자주 쓰는 표현
친강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대만 현상변경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뒤 이틀 만에 나온 강경한 메시지여서,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 부장은 이날 외교부 주최 포럼 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친 부장은 “최근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거나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파괴한다’는 등의 괴담을 자주 듣는다”며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 어긋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부장은 “오늘날 국제 규칙을 파괴하고,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중국 대륙이 아니라,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대만 독립’을 이용하려는 소수의 국가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수호는 천지의 대의”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런 (양안 사이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친 부장은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발언 취지를 거론한 점으로 미루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중은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또 왕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미국 의전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앙아메리카 2개국인 콰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한 차이 총통은 이날 귀국길에 캘리포니아를 들렀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비판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힘에 의한 대만 현상변경 반대’는 서방 지도자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신장·티베트·홍콩 관련 문제와 인권 우려를 폭넓게 제기하고, 대만 문제에 대해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번영을 위태롭게 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미국의 반대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의도가 없으며 중·미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돼선 안 된다”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지난해 5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가 논의됐다. 중국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에 경고를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