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기초한 '한국형 핵공유' 한미회담서 구체화 전망
"개념적 선언 그칠 경우 국민 불안 해소엔 역부족" 지적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 핵위협과 관련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언급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이르면 다음주 한미정상회담에서 그 내용이 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한국형 핵공유'의 얼개가 공개될 수 있단 얘기다.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위협 등과 관련해 "강력한 핵공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선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 핵무기를 공유하는 나토는 평시엔 유럽 주둔 미군기지에 배치해둔 핵무기를 미 공군이 직접 관할하지만, 유사시 미국 측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면 각국 전투기들이 이를 싣고 적진으로 출격토록 돼 있다.
반면 한미 양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개념에 기초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을 말한다.
이에 따라 확장억제 강화를 통한 '한국형 핵공유'는 기존 나토식과 달리, 우리나라에 미국 핵무기를 갖다 놓진 않되 그 운용에 관해서만큼은 한미 간 협의 수준을 높이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테면, 일본이나 태평양 괌의 미군기지 등에 배치돼 있는 미군의 핵자산이 유사시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즉각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식이다.
한미 군사당국은 작년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 △공동연습 등 확장억제 관련 분야별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달 13일 열린 한미 군 고위 당국자들 간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를 통해 그 세부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식 핵공유는) 여러 나라에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돼 있어 외형상으로는 강력해 보이지만 협의의 깊이는 낮다"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양국 간 확장억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한미 양측은 연합군의 전쟁 작전계획(작계5015)에 관련 사항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핵공격 표적선정 권한을 한미가 함께 갖고, △미국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서도 공동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지난 2월 실시한 한미 간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이하 TTX) 등도 정례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수중 핵드론(핵어뢰),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을 선보이면서 한미 양국에 대한 선제 핵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핵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 아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하는 게 현실적"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고, 미 정부도 기본적으로 핵 비확산을 지향한다. 한미가 확장억제에 기초한 '한국형 핵공유' 논의를 진행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한국형 핵공유'는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처럼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되는 게 아니라 개념적 선언에 그칠 수 있단 점에서 우리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줄이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은 "결국 미국이 (확장억제에 관한) 약속을 지킬지가 관건"이라며 "그러나 지금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에서 핵사용 권한은 대통령이 쥐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미 대통령의 결단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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