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금지, 운동화는 검은색”…직원들 반발 부른 이 회사 ‘복장 규정’
국내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이 전 계열사에 ‘직장인 기본 소양’으로 엄격한 복장 규정 등을 도입했다. 셀트리온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공지 메일을 보냈다.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셀트리온은 단정한 근무 복장을 준수해달라며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여러 어려움을 고려해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지만, 팬데믹 상황 완화에 따라 이러한 어려움도 해소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직장인으로서 품격에 맞는 복장을 갖추고, 직장과 업무를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짐해 달라”고 했다.
사측은 구체적으로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자켓의 비즈니스 캐주얼 착용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퇴근이 1시간도 안 남은 시점에 갑자기 당장 내일부터 복장규정이 있다며 공지가 내려왔다”며 “정작 회장님 본인은 언더아머티를 입고 아드님은 크록스를 신으셨다”고 했다. 언더아머는 주로 운동할 때 입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이며 크록스 역시 캐주얼한 복장에 어울리는 신발 브랜드다.
이 직원은 “복장뿐만 아니라 점심시간 10분 전에 착석해라, 근무시간에 휴대전화 사용하지 말아라 등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셨다”며 “지난번에는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몇 마디에 갑자기 청소를 시키더니 직원들 서랍 검사까지 실시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본인 놀이터인것마냥 행동하시는데 회장님 기분에 따라 급변하는 상황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4월 19일부로 로고 큰 티, 라운드티, 화려한 운동화, 청바지가 금지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국가 위협상황 시 발령되는 경보 조치인 ‘진돗개 1호’에 빗댄 이 직원은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로의 편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고 비꼬았다.
사내 규정을 확인했다는 다른 직원들도 “이게 2023년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근무시간에 가지 말라는 카페테리아는 카페가 아니라 회사 탕비실이다” “일하다가 물도 못 마시는 거냐”고 했다.
셀트리온 측은 ‘단정한 복장 준수’ 규정 외에는 와전된 내용들이라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블라인드 글에는 ‘휴대전화 사용 금지’ ‘카페테리아 출입 금지’ 등의 내용이 적혀 있던데, 전면 금지가 아닌 직장생활에서의 기본 수칙을 잘 따라 달라는 ‘권고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에 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근무시간 전에 복귀하기 등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가 완화되고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였다”며 “근무시간 준수 및 직장 내 예절, 단정한 근무 복장 등 직장인이라면 지켜야 할 기본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이어 “공지 이전에는 전직원이 캐주얼 복장이었고, 회장님도 편한 옷을 입었다”며 “서랍 검사를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한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의 장기화 및 셀트리온 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이 중요한 기점에 그룹 리더십의 부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복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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