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오만하고 비상식적인 중국, 또 '길들이기' 나서겠다는 건가
(서울=연합뉴스) 중국이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원론적 발언을 트집 삼아 다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서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21일 한 포럼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실명 거론 없이 소개하며 "논리는 황당하고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그는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전날에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응 수위가 통상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자 우리 외교부도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맞받아치는 한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까지 초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존중의 토대 위에서 국제 사회의 상식을 얘기한 것을 놓고 이처럼 격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외교 관행에도 어긋나는 오만하고 비상식적인 모습이다. 중국 당국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처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각자 입장과 이해가 다른 국가들이 현안을 놓고 공방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그 차이를 좁히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불장난'을 거론한 것이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부용치훼'(不容置喙)라는 사자성어를 꺼내 든 것은 도를 넘은 것이다. 부용치훼는 청나라 작가인 포송령의 소설에 등장하는 말로 공식 석상이나 외교 무대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젊잖지 않은 표현이라고 한다. 중국은 지난 2월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이 CNN 인터뷰에서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을 때도 같은 단어를 쓴 바 있다. 더구나 일개 부처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나 서방 국가 중 중국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다. 중국이 유독 한국을 꼬집어 거친 언사로 공격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와 대만 해협 문제의 연관성, 중국·북한 관계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변국을 윽박질러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속셈이 또 드러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중국의 강압적인 태도는 한반도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의식했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확실한 뒷배인 동시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윤 대통령의 발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역시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하다. 중국이 우리 정부의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부당하게 압력을 넣는 행태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분단이라는, 우리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전략적이고 현명하게 행동할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 그리고 한반도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신냉전의 도래로 눈앞의 실리만 모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상만 추구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인터뷰 이후 취지와는 상관 없이 러시아와 중국이 이례적 강도로 반발하는 등 대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국익을 최대화하고 궁극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이룰 방안이 무엇인지, 또 한반도가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최선인지 긴 호흡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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