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나온 지 일주일, 평균이 155.9㎞···앞뒤에서 불붙은 영건들의 강속구 시대
한화 고졸신인 김서현(19)은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5-5로 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총 17개를 던졌다. 그 중 2사후 이유찬을 상대로 던진 2구째가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시속 157.9㎞를 찍었다.
김서현의 이 공은 역대 국내 투수 최고구속 4위에 해당한다. 지난 12일 문동주(20·한화)가 KIA전에서 160.1㎞를 찍어 국내 투수 최초 160㎞ 문턱을 넘은 지 일주일 만에 김서현은 2016년 KIA 소속이던 한승혁(한화)의 역대 4위 기록(157.7㎞)을 넘어섰다. 문동주와 김서현 사이에는 은퇴한 최대성(158.7㎞)의 2012년 기록과 안우진(24·키움)이 지난해 찍은 158.4㎞가 있다.
1980년대 후반 태생 에이스들이 물러가고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이 베테랑이 돼 던지는 2020년대, KBO리그에는 선발과 불펜을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가 둘 있었다. 안우진과 고우석(25·LG)이다. 시속 150㎞를 넘으면 강속구라 부르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 1990년대 후반 태생의 새 세대 투수 둘이 150㎞ 후반대로 강속구 범위를 확장시키며 리그 최상의 선발과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올시즌 2003~2004년생 더 어린 투수들이 더 빠른 공으로 형들을 위협하며 본격적인 강속구 경쟁 시대를 예고했다.
선발 문동주와 불펜 김서현은 등장하자마자 각각 최고구속과 평균구속의 최고로 올라섰다.
특히 김서현은 딱 한 번 등판해 단 1이닝 동안 17개를 던졌는데 그 중 던진 직구 11개의 평균구속이 올시즌 1위를 찍었다. 11개 모두 150㎞ 중후반대를 기록한 김서현의 평균구속은 155.9㎞로 측정됐다. 2위는 안우진이다. 올시즌 최고 158.2㎞를 찍은 안우진의 평균구속은 154.3㎞다.
LG 마무리 고우석은 부상으로 쉬다 지난 18일 NC전에서 첫 등판했다. 역시 단 1경기에서 1이닝 15개를 던졌고, 그 중 직구를 8개 던지면서 평균 152.3㎞를 찍었다. 최고는 154.2㎞였다. 최고 160㎞를 넘은 문동주는 올시즌 3경기에서 직구 136개를 던져 평균 152.0㎞를 기록했다.
선발은 긴 호흡으로 한 경기에서 투구 수 100개, 직구만 수십개를 던진다. 무려 160㎞를 찍으면서 폭발적인 힘을 낸 문동주가 평균구속은 안우진보다 2㎞ 이상 느리다. 그래도 152㎞나 되지만 그 안에서 완급조절을 한다고 보면, 보다 경험 많은 안우진은 선발로 뛰면서도 경기 후반까지 최고구속을 뿌리고 최고와 평균의 차이가 4㎞밖에 안 날 정도로 꾸준히 에너지를 낸다.
불펜에서는 김서현이 고우석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둘 다 20일까지 단 1경기를 던졌다. 고우석이 부상 이후 첫 등판에서 비교적 가볍게 던진 느낌이라면 데뷔전에 나선 김서현은 폭풍 같은 공을 던졌다.
넷은 모두 강속구를 받쳐줄만큼 빠른 제 2의 무기, 빠른 변화구도 가졌다. 문동주는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120㎞대로 뚝 떨어지는 커브까지 던지며 궤적과 구속으로 다양하게 타자를 속인다. 선배 안우진 못지 않은 레퍼토리를 드러냈다.
김서현 역시 팽팽한 접전에서 중간계투로 나가 엄청난 속도에 예리한 코너워크까지 더한 안정된 투구로 담대함까지 입증했다. 한화의 차세대 마무리로 유력하게 떠오른다.
KBO리그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여럿 더 있다. 그러나 선발과 불펜의 ‘아기 투수’ 둘이 역대급 구속과 함께 등장하면서 당분간 주목해야 할 4각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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