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위 기욱 “지구의 종말이 와도 우리 음악은 살아있을 것”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4. 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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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위 기욱이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사진|RBW
“지구의 종말이 와도 우리의 음악은 살아남을 겁니다.”

‘우주덕후’가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우주적 상상이 가득 담긴 음악으로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온 밴드 원위의 막내 기욱이, 솔로 데뷔 앨범에서 특유의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을 고스란히 담은 강렬한 음악으로 돌아왔다.

원위 베이시스트로 활동 중인 기욱이 첫 솔로 미니앨범 ‘사이코 사이버네틱스 : 턴 오버’(Psycho Xybernetics : TURN OVER)를 들고 돌아왔다. 자신의 모든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당찬 포부가 담긴 이번 앨범에서, 기욱은 전곡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녹여냈다.

앨범은 22세기, 2100년을 배경으로 상정한 타이틀곡 ‘제0호선 시간역행 (TIME MACHINE) (2100)’을 비롯해 기욱이 그려낸 2020년, 2021년, 2050년, 2062년, 2077년, 2090년의 모습을 각각 담은 여덟 곡으로 채워졌다.

미래의 시간을 역행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앨범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때문에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스타투데이와 만난 기욱에게 건넨 첫 마디는 ‘평소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냐는 질문이었고, 그는 “독특한 상상을 너무 많이 해 불면증이 있을 정도”라면서도 “그 상상들이 곡 작업으로 이어지니 좋다”고 눈을 반짝였다.

“평소에 상상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해 가사를 직접 쓰다 보니 스토리텔링을 담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2000년생인데, 100년 뒤 2100년에는 지구가 어떻게 돼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죠. 2100년엔 지구가 건강했으면 좋겠지만... 지구온난화도 너무 심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할 땐 버티기 힘들 것 같기도 해요. 또 그 때는 AI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시간여행을 해보게 됐죠.”

그 외에도 많은 학자들 사이 종말의 시기로 거론되는 2050년을 설정한 곡이나, 대재앙·종말을 의미하는 곡에는 2090년이라는 시기를 설정하는 등 재기발랄한 기욱표 무한상상이 앨범 곳곳에 담긴다.

기욱은 솔로 앨범 ‘사이코 사이버네틱스 : 턴 오버’에 대해 솔로 뮤지션 기욱의 시작과 목표를 담은 앨범이라 소개했다.
솔로 앨범 작업은 멤버들의 군 입대로 팀의 ‘군백기’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구체화됐다.

“작년부터 형들이 군대 가야 하는 시점이 와서, 팀 음악 활동을 못 하는 동안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같이 의논을 했어요. 저는 혼자서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솔로에 도전해보자 생각하고, 올해 1월부터 곡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작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이라 준비 과정에도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었어요. 팬들에게도 얘기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렸죠. 아주 조금씩 스포를 했습니다.(웃음)”

기욱은 “원위 형들과 작업할 때도 너무 좋지만, 혼자 하는 작업도 수월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면서 “매일 옆에 같이 있던 형들이 (군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믿어지지 않기도 했는데, 솔로 작업을 하면서 팀 활동에 대한 열의와 동력을 또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밴드로서 선보였던 작업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자 기욱은 “보다 날것의, 자유분방한 느낌이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그는 “원위 음악은 몽환적이면서도 가사도 시 같고, 대중적인 곡도 많은데 이번엔 조금 더 돌격하는 느낌을 담았다. 락스타 같은 기질을 많이 보여드릴 것”이라 예고했다.

앨범명 ‘사이코 사이버네틱스 : 턴 오버’에 대해 기욱은 “인간의 뇌는 미사일의 자동유도장치와 같아서, 자신이 목표를 정해 주면, 그 목표를 향해 자동으로 유도해 나간다는 개념인데 나 역시 내 목표를 향해 나아가 모든 걸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턴 오버는 ‘기욱의 솔로가 시작됐다’는 의미”라며 “자유분방하고 날 것 느낌의 락스타 기욱의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타이틀곡 ‘제0호선 시간역행 (TIME MACHINE) (2100)’은 펑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기욱의 시원한 보컬이 더해져 드라마틱한 에너지를 전한다. 모든 감정이 사라진 2100년 보고 싶은 이를 찾아 과거로 떠나는 화자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풀어냈다.

기욱은 “완전한 AI 시대가 도래하는 2100년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감정도 기억도 잃을텐데 그걸 잃기 전에 딱 한 번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간다면, 가장 행복했던 곳으로 가겠다는 내용”이라고 곡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열린 결말인 만큼 듣는 분들도 자신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회상하며 들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위 기욱은 첫 솔로 앨범에 자작곡 8곡을 수록했다. 사진|RBW
녹음하면서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묻자 “돌아가고 싶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행복하긴 하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나는 죽겠구나 하는, 행복한데 슬픈, 애틋한 감정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곡 제목에 담긴 ‘0호선’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다 보면 1호선부터 굉장히 노선이 많은데, 내가 투명선을 그어보고 싶었다. 나만 보이는 역으로, 시간을 역행할 수 있는 0호선 타임머신을 만들어봤다”고 다부지게 소개했다. ‘시간여행’ 대신 ‘시간역행’을 고집한 것도 그가 ‘꽂힌’ 단어였기 때문이라고.

타이틀곡 외에도 이번 앨범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담은 ‘Intro : 새 지구 (X)’, 잔인할 정도로 외로운 사랑을 표현한 ‘꽃에 물 안 주고 피길 원하네 (UNBLOWN) (Feat. Aden) (2020)’, 사랑에 서툰 20대의 모습을 그려낸 ‘자기중심적 (EGO) (Feat. NIIHWA) (2021)’, 리드미컬한 일렉 기타 사운드로 사랑에 빠진 이의 혼란한 감정을 녹여낸 ‘LOVE VIRUS❤ (Feat. SUNWOO) (2050)’, 공허한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는 ‘멸종 위기종 (RARITY) (2062)’ 공격적인 래핑으로 비인간적인 사이버 세계를 노래하는 ‘XYBERNETIC (Feat. KAMI) (2077)’, 삭막한 삶 속에서 희망을 찾아 떠나는 ‘APOCALYPSE (2090)’까지 8곡이 수록됐다.

이 중 ‘멸종위기종’은 본래 타이틀곡 후보였으나 아쉽게 탈락했다. 기욱은 “타이틀 느낌이 나는 구성에, 사운드도 강렬하고 대중성도 있다. 이별 아픔에 힘들어하던 친구의 ‘아무나 한명쯤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다. 상처 잘 받는 찌질이가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인데 가사를 재미있게 써봤다”고 자신했다.

‘러브 바이러스’는 기욱의 고교 동창인 더보이즈 선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곡에 대해 “선우와 함께 ‘끝내주는 트랙으로 만들어보자’ 하고 만든 곡이다. 제목은 키치하지만 사운드는 굉장히 강렬하다. 선우도 나도 목을 긁는 보컬로 녹음한 기억이 있다. 녹음도 내 방에서 다 끝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인트로 종말 후 시점을 담은 ‘새 시작’에 대해선 “새 시작과 종말의 교차로 앞에 서 있는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이 섞인 곡”이라고 소개했으며, 종말의 시점을 노래하는 ‘아포칼립스’에 대해선 “종말 속에서도 우리의 음악은 살아남을 것이다 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체 앨범에 대한 원위 멤버들의 반응을 묻자 “나쁜 피드백은 하나도 없었다. 형들이 ‘이건 원위로 내지 왜 솔로로 냈냐’며 탐내는 곡도 있었다”고 싱긋 웃었다. 그러면서 “칭찬도 많이 해줬고, 역시 노래가 좋다, 너답다는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뿌듯해했다.

원위 기욱이 오랫동안 밴드 음악을 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사진|RBW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학교 장기자랑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잡은 베이스를 10년째 놓지 않고 그 인생의 ‘꿈’이자 ‘동반자’로 삼은 기욱. 원더걸스, 빅뱅, 슈퍼주니어 등 ‘2세대 아이돌’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평범한 소년은 이제 셀프 프로듀싱 가능한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단 한순간도, 음악에서 슬럼프를 느낀 적은 없다고. 그는 “음악을 하며 힘든 점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재미있었다. 힘들 때도 음악으로 위로 받았다”고 지나온 여정을 떠올렸다.

“예전엔 베이스만 오래 쳐서, 랩도 안 하고 곡도 안 썼었어요. 그런데 작곡가 회사인 RBW에 들어온 뒤 저도 곡을 써보고 싶단 욕심이 생기더군요. 2017, 18년부터 하루에 한곡 씩은 썼던 것 같아요. 지금 저를 보면...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잘 쓰는 것 같아요. 곡 쓰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어요. 앞으로도 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좋은 음악 많이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밴드 음악 부흥에 대한 견해도 똑부러지게 밝혔다. “그동안 힙합이 흥했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리스너들이 밴드 음악을 많이들 들으신다고 생각해요. 밴드신에서 좋은 곡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내년엔 밴드가 흥할 거라 생각합니다. 밴드 음악은 실패할 수가 없어요. 음악이 워낙 좋거든요. 밴드 뮤지션들이 더 힘 내서 좋은 음악 많이 만들고, 시장도 더 넒어져 보다 대중성 있는 장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해 프로 뮤지션으로 지내온 지난 시간에 대해선 “나름 굉장히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아직 저도 어린 나이고, 멀리 왔지만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60살까지 음악을 쭉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기욱이 60세가 되는 시점은 이번 앨범 속 ‘멸종위기종’(2062)이 그리고 있는 미래이기도 하다. 그 즈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달라 하자 “건강하기만 하면 밴드 음악은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서 “늙어서도 형들과 하하호호 하며 음악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절대 지지 않을 거에요. 우리 원위도, 지구만 괜찮다면(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의 수명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지점을 염두한 기욱의 표현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늙어서도 음악을 하는 멋진 밴드가 되고 싶어요. 최고의 밴드상을 진열장에 진열해 둘 겁니다 하하. 앞으로도 음악으로 치유받고, 음악에 감동받는, 음악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요.”

이번 앨범으로 얻고 싶은 성과는 특별하지 않다. “노래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기욱이 음악에 진심이구나, 라고만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제 첫 앨범이니까, 명함을 처음 만든 것처럼 ‘이런 음악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저를 소개하는 거죠. 저, 음악 잘 합니다.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들어주세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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