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SB 돌풍의 핵 '윌러' 김정현, 목표 향해 내디뎠던 발걸음들을 말하다
2021년 서머를 통해 데뷔한 김정현은 데뷔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T1 루키즈와 젠지 아카데미, 한화생명e스포츠 아카데미와 챌린저스를 거치고서야 1군 데뷔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 데뷔 이후로도 김정현의 길은 쉽지 않았다. 풀타임 주전을 소화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2022년에는 출전 기회마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순차적으로 목표 기준치를 높여가며 발전하고자 했던 의지와 고집 때문이었다.
김정현은 프로 데뷔, 단독 주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를 롤드컵 진출로 삼고 스스로를 더욱 단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스프링을 통해 커리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던 김정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스프링 스플릿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휴가 기간 동안 일본도 놀러 가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이번 스프링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저는 계속 목표를 바꾸면서 나아가고 있어요. 첫 목표는 프로가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 목표는 주전이 되는 것이었죠. 이번에는 단독 주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어 저 스스로에겐 좋았던 스플릿이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의 김정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영, 씨름부, 축구부, 농구부를 다 해봤거든요. 운동할 때는 활발했던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게임으로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스포츠적으로 감각이 있는 것 아닐까요.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학창시절에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또래에 비해서 잘하다 보니까 친구들이 추천해줬어요. 게임을 우연치 않은 기회로 시작했는데 랭킹이 잘 오르니 자신감을 얻었습어요. 그렇게 도전하게 되었는데, 테스트에 합격하고 연습생이 되면서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정글로 포지션을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LoL을 시작할 때는 미드였는데, 하다 보니까 정글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저것보다는 더 팀에 도움이 되겠다' 생각해서 포지션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정글로 바꾼 후 괜찮아졌는데, 근래 들어서 솔로 랭크를 할 때 스트레스를 주는 친구들이 좀 있어요. 그래도 정글이 좋습니다.
요즘은 부모님이 프로게이머의 길을 지원해주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데 김정현 선수는 어땠나요
그 당시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셨어요. 중학교 3학년 때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하니 절대 안 된다고 하시며 굉장히 반대를 하셨죠. 저는 꼭 하겠다는 의지로 거의 1인 시위를 하면서 계속 프로게이머의 길을 주장했고요. 사실 제가 고집이 굉장히 센 편이거든요. 확신에 찬 생각이 있으면 그걸 밀고 나가는성격이라 부모님과 많이 갈등을 일으켰던 것 같아요. T1 아카데미에서 잘리다시피 나갔는데, 그때 다시 학업에 복귀하라고 하시다가 후에 1군으로 데뷔했을 때야 비로소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T1 루키즈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어떤 부분들이 기억나시나요
코치님이 엄격하게 잘 가르쳐주셨어요. 제가 당시에 프로 마인드가 부족했는데 그걸 많이 채워주셨죠. 당시 저를 돌이켜 보면 게임에 집중하는 데 있어 방해되는 요소가 정말 많았어요. 잡생각이 많다고 할까요? 자꾸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며 자괴감도 많이 들었고,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나약했죠. 열심히 하는 척하는, 철이 많이 안 든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도 김정현 선수가 가진 가능성을 보고 데려갔을 텐데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제가 T1과 젠지 연습생을 거쳐 한화생명e스포츠로 가게 되었어요. 21년도에 가고 싶었던 팀 중 하나가 한화생명e스포츠였죠. 다른 팀에도 지원을 할 수 있었지만, 티어도 당시에 높아서 지원하면 어디든지 연습생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지원서를 넣게 되었고, 마침 스카우터님께서 연락을 취해주셔서 반 자력 반 스카우터님의 힘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화생명e스포츠를 통해 주전으로까지 활동을 했습니다. T1 아카데미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 부분이 달랐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T1 연습생으로 있었을 땐 마인드적으로 부족했어요. 나오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더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사나 인터뷰 영상 등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고 읽었어요. 명확하게 어떻게 하면 된다라고 말씀을 드리긴 어렵지만,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의 인터뷰를 참고했다는 뜻일까요
'페이커' 이상혁님이나 '데프트' 김혁규님의 기사 등 오래 활동하신 선수들의 인터뷰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이클 조던의 어록들을 보면 노력을 강조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런 말들을 통해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습니다.
그렇게 한화생명e스포츠를 통해 출전했을 때는 기분이 어땠나요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어요. 제 실력은 많이 부족했고, 그 부족한 실력조차 제대로 나오질 않았죠. 스스로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는 경기들이었어요.
그래도 그 해 롤드컵에 진출했죠. 1군 데뷔 후 빠르게 국제 대회까지 경험하셨네요
경기를 치르다 보니까 롤드컵 진출 확정이 되었는데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출국날이 되어서 비행기를 타고서야 설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들이 꼭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무대를 내가 이렇게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단 동기부여도 되었죠.
그때 같이 했던 선수가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였죠. 두 선수와 함게 하면서 배운 점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지훈이 형은 디테일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에요. 설렁설렁하고 능글맞은 그런 캐릭터였는데, 게임에 대해선 섬세하고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요. 혁규 형은 프로게이머를 오래 했음에도 꾸준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잖아요.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많이 와닿았어요. 그 후부터 롤모델로 혁규 형을 많이 언급했죠. 다른 팀원들도 제게 잘해줬고, 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단 느낌을 많이 받아서 팀 생활이 즐거웠어요.
말씀하신 대로 경기를 많이 뛰진 못했지만 스스로는 내 프로 생활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경기들을 지켜봤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피드백을 다 새겨듣고 제3자의 입장으로서 스크림과 대화를 보면 문제점들이 더 잘 보이거든요.'내가 만약 저 경기에 나갔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대입하며 생각하곤 했어요. 경기를 뛰지 못한 만큼 그 시간을 게임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데 사용한 것 같아요.
작년 스토브 리그가 저한테는 큰 고비였어요. 저 자신을 증명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팀들은 저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을테니까요. LCK에 남고 싶은 마음에 일단 들어갈 수 있는 팀을 찾아봤고, 리브 샌드박스에 있는 코치님이 제가 젠지 연습생으로 지낼 때 연이 있었거든요. 한번 여쭤봤는데 테스트 기회를 주셨고, 좋은 평가를 받고 들어올 수 있었어요.
팀원들 대부분과도 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버돌' 노태윤, '클로저' 이주현, '카엘' 박진홍은 T1 연습생 때 만났어요. 진홍이는 젠지에 있을 때도 계속 같이 있어서 친분을 쌓았었죠. 리브 샌드박스에서 이 선수들과 한 팀이 되었을 때, 다들 각자 개성이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크다고 봤어요. 연령대도 비슷하니 합을 맞춰나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크게 주목 받기 시작한 계기가 스프링 개막 전 킥오프 이벤트였죠
저는 D점멸을 사용하니 나가게 되면 혁규 형의 팀에 가겠다 싶었어요. 그런 제약이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페이커 팀이길래 놀랐고, 그 자리에 나갈 수 있게 되어 굉장히 기뻤습니다. 유관중 경기는 거의 못 해봤기 때문에 킥오프 이벤트를 통해 팬들을 만나니 신나더라고요. 같이 하는 선수들도 경험 많은 베테랑이셔서 어떻게 하면 더 배워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임했어요. 실제로 경기를 같이 해보니까 다들 해줘야 하는 콜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페이커' 이상혁이 인터뷰에서 '오너' 문현준이 많이 이야기해줘서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현준이 형 영향이 클 거라 생각해요. 고맙고 좋은 형이죠. 나중에 밥 한번 사줘야죠(웃음).
뭔가 2019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외관적인 모습으로는 과거에 밥을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살이 좀 많이 통통했어요. 작년에는 경기를 뛰지 못하는 답답함을 운동으로 해소하면서 헬스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고요. 그렇게 살이 빠져서 아닐까요?
이번 스프링은 초반 흐름이 좋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생각해요. 선수 입장에서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보면 어떨까요
경기 분위기가 초반엔 굉장히 좋았어요. 하지만 갈수록 실수가 잦았고, 패치가 바뀌면서 저희가 적응하지 못한 부분이 컸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실수가 나와서 패배하면 분위기가 가라앉고, 그 분위기가 환기 되지 않은 채로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던 점 같습니다.
플레이오프도 저희 준비가 많이 부족했고, 게임 내적으로도 스스로한테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경험 부족도 있었겠지만, 그건 20% 정도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80%는 결국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보기 때문에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경험 부족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개막 전 예상보다 호성적으로 스프링을 마무리했는데, 스프링 스플릿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팀에 대한 믿음, 그리고 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쌓게 되었어요.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스스로를 객관화함과 동시에 어떻게 해야 잘하고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요. 가면 갈수록 게임 이해도도 높아지고 있어서 실력적으로나 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서머 때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실수했는데도 운으로 이긴 경기가 분명히 있거든요. 서머에는 탄탄한 움직임과 실수 없는 게임들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진짜 강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것 같습니다.
'엔비' 이명준이 계약을 종료하고 '테디' 박진성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팀이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요
아직 스크림에 들어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사람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잖아요. 그 장점을 어떻게 살려서 팀에 녹여내는지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오너' 문현준, '영재' 고영재, '엔비' 이명준과 인스타 라이브를 하기도 했죠. 어떻게 갑자기 4인 라이브를 하게 되었나요
시즌 끝나고 누워서 팬분들의 편지를 읽고 있는데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켜달란 요청이 많았어서 소통할 겸 켜봤어요. 처음에는 현준이 형이 들어와서 채팅을 치길래 초대했고, 그렇게 한 명씩 들어오다 보니까 네 명이 됐습니다. 현준이 형은 T1 연습생 때부터 친분을 유지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고, 영재 형은 개인적은 친분은 크지 않은데 명준이 형이 초대해서 들어오게 됐을 거예요. 그 형도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말을 좀 튼 것 같아요.
커뮤니티에서 '모든 걸 다 가진 남자'라는 부르는 게 종종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거품이 많이 끼긴 했어요. 제 생각엔 제가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좋게 봐주신 덕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어요. 감사합니다.
LCK에서 공개했던 '정글러 단합대회'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공개 이후 반응이 어땠을지도 궁금해요
사실 그 영상을 안 봤어요. 체육대회는 봤지만, 제가 연기하는 부분은 보기에 좀 뭐하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연기를 잘한다고 하면서 자꾸 대미지를 넣으시는데, 재밌으셨다니까 다행이에요. 민망하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앞으로도 LCK에서 그런 콘텐츠를 찍는다고 하면 버선발로 뛰어나갈 의향이 있어요. 항마력이 부족해서 제가 나온 모습을 보진 못하겠지만 시키면 열심히 할 것 같네요.
해당 영상에서 정글의 근본 챔피언은 마스터 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요
저는 여전히 마스터 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스터 이가 근본 챔피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사심이 많이 들어가긴 했어요(웃음).
인터뷰 초반에 이번 스프링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스프링 도중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수정했었어요. 플레이오프 진출도 달성했으니, 이제는 롤드컵 진출을 향해 달려나갈 것 같습니다.
롤드컵 진출을 위해선 이번 서머가 정말 중요할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실건가요
사실 서머 때 어떤 모습일 것이라고는 아직 연습을 시작하지 않아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팀에 모였죠. 대표님께서는 저희들에게 "각자 결핍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각자를 증명하고 싶은 결핍들이 쌓인 선수들이 모였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증명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어떤 부분을 증명하고 싶은가요
스프링 시작 전 제가 자신 있다고 생각한 챔피언은 바이와 리 신이었어요. 자신 있는 챔피언을 잘 한다고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에 팬들의 편지를 자주 읽으시는 것 같네요
동기부여가 가장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팬분들이 쓰신 손편지를 볼 때마다 '쓰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정성스럽게 써주신 편지들이 많아요. 힘들 때, 경기에서 질 때, 우울할 때 계속 다시 읽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프링 스플릿 동안 저를 응원해 주시고 저희 리브 샌드박스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서머 스플릿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한빛 venat@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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