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대규모 방송·부동산 사업 한다던 서세원, 왜 허망하게 갔나
재혼 후 환갑에 얻은 딸 덕분에 절망의 기로에서 삶의 원동력 찾았다고 털어놓기도… 목사 활동 등 현지 삶 의지 불태웠으나 당뇨 합병증으로 건강 악화
전 방송인 서세원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캄보디아에서 향년 67세로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고인의 현지에서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방송 및 부동산 사업을 벌여왔지만, 당뇨합병증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았던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사실상 궁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기 방송인이었던 서씨는 지난 2014년 전처 서정희(60)를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며 사실상 방송계를 떠났다. 2016년 23세 연하의 해금연주자 김모씨와 재혼한 뒤 캄보디아에 거주해온 그는 지난 2020년 더 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혼 후 환갑에 얻은 딸(당시 5살)은 절망의 문턱에서 만난 천사다. 딸 덕분에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며 삶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020년 당시 서씨는 캄보디아 스포츠채널 CSTV 사업권을 받아 운영 중이었다. CSTV는 시험 방송 중이었으며, 오는 5월 5일부터 개최되는 동남아시안게임(SEA) 단독중계권을 갖고 있었다. 당시 그는 홈쇼핑 사업을 위해 방문했던 캄보디아에서 방송 중계권과 건설 사업 등을 따게 됐다고 밝히며 캄보디아 정부와의 계약서까지 공개했다.
서씨에 따르면 그가 캄보디아에서 설립한 법인 ‘소스원’은 방송사 운영권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SEA 개최를 위한 올림픽 선수촌 빌리지와 대규모 빌라(1000세대)를 지을 예정이었다. 올림픽스타디움 입구에 캄보디아 정부가 무상임대한 부지에 7000억 규모의 해외자본으로 세워진다던 CSTV신사옥(60층∙1만 2천평 부지)에는 방송사 뿐만 아니라 레지던스∙쇼핑몰∙생활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가 직접 밝힌 사업 청사진 중 가장 큰 규모는 캄보디아 남서부 해안도시 켑(Kep) 주에 건설되는 호텔과 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복합 리조트였다. 서씨는 이미 이혼 직후 경기 용인 일대에서 60여채의 타운하우스(복합 빌라)를 지어 분양하는 등 국내 부동산건설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우동의 한 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더팩트와 인터뷰 당시 서씨는 사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원하든 원치않든 공인으로서 가정문제를 야기해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혼과 재혼 등 사적 영역에 대해서도 굳이 감출 이유가 없으며 곧 속시원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중의 시선과는 별개로 그는 재혼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서씨가 유명을 달리한 다음날인 21일 뉴시스과 인터뷰한 박현옥 전 캄보디아 한인회장은 ”서세원씨는 항상 딸과 같이 다녔다. 딸도 아빠를 많이 따라 잠시도 안 떨어지려고 했다”고 전했다. 재혼한 부인 김씨가 서씨 죽음에 충격 받아 ‘혼절해 말도 못할 정도’라고도 전했다.
서씨는 20일 오전 11시쯤 캄보디아 프놈펜 한인병원에서 수액을 맞다가 심정지가 와 사망했다. 박 전 회장은 평소 당뇨 합병증을 앓았던 고인의 건강 상태가 최근 악화되었다면서 고인이 당뇨가 있어 수액을 맞으면 안 되는데 수액을 맞아 쇼크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가 있으면 식단 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열악해 식사를 계속 못했다”며 “고인 시신 사진, 동영상을 다 찍어 놨는데, 엄청 말라서 거의 뼈만 남아있었다”라고 전했다.
박 전 회장에 따르면 고인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그는 “매스컴에서 ‘몇 조 사업 한다’고 했는데, (서씨는) 돈이 하나도 없다”며 “현지 고위층한테 사기를 당했고, 정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어렵게 지냈다”고 말했다. 또 “벌여놓은 일이 많아 걱정”이라고도 했다.
현재 현지에 서씨의 임시 빈소가 마련된 상태다. 박 전 회장에 따르면 고인의 딸 서동주(40)씨 등 가족들이 도착하는 대로 장례절차가 논의된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달라고 간청한 박 전회장은 “서정희씨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아 안타깝다”며 “당시 (서세원이)‘난 남자고 서정희는 여자인데,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했다”고 뉴시스에 전하기도 했다.
지난 1979년 TBC 라디오 개그 콘테스트를 거쳐 데뷔 후 ‘서세원쇼’ 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고인은 2001년 영화 ‘조폭마누라’로 제작자로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손 댄 영화가 잇달아 실패한 뒤, 해외 도박 등 논란까지 불거졌다. 지난 2014년에는 전처인 서정희씨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예능인에서 영화인으로, 다시 부동산 사업가로 변신한 고인은 끝까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캄보디아 사업을 따 낸 것은 어린 딸을 둔 아버지의 절실함 때문’이라고 밝혔던 그는 마지막 국내 언론 접촉이었던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희로애락은 늘 붙어 다닙니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어요. 사랑과 기쁨, 슬픔과 미움과 용서의 반복, 그게 인생 아닐까요.”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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