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의 시론]민주당의 시대착오적 ‘반일팔이’
한일회담에 ‘자위대 군홧발’
후쿠시마 방류수엔 괴담 유포
국민감정 자극 노려 反日 선동
北의 핵·미사일 협박엔 눈감고
반일 공세 펴는 野가 수구반동
정치인이면 한일협력 도와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진다.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20%대까지 나온다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 69시간 근로제 갈팡질팡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대위변제 해법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우리 강제징용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는데, 그때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물론 한일기본조약까지 뒤집는 것이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돼 있어, 국제중재위원회로 가도 우리가 이기기 어렵기에 문 정부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며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방치했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해 강제 매각 판결을 하면 그야말로 한일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갈등, 북한의 핵어뢰 개발·고체연료 사용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 신냉전 상황에서 한일 간 안보·경제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더불어민주당은 ‘계묘국치’ ‘제2이완용’ ‘매국’ 등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용어를 동원해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원인 제공은 문 정부가 했는데, 그를 해결한 윤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고 자가당착이지만 민주당에 그런 양식(良識)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비난에 이어 최근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감정을 자극하려 수준 이하의 반(反)과학적, 비(非)이성적 괴담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이르면 늦은 봄∼초여름에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장치(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방사능 핵종을 걸러내 기준치 이하로 유지하고,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일본 동해에 방류할 계획이다. 원전 관련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를 허용하고, 국내외 전문가들도 위험하지 않다고 평가하지만, 민주당은 삼중수소로 오염된 태평양에서 잡힌 물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를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총량이 기껏 3g에 불과하고, 자연 상태의 바닷물에도 삼중수소가 존재하며, 추가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유입돼도 농도가 10만 분의 1 정도 증가할 수준이어서 별로 우려할 게 못 된다는 과학적 사실엔 애써 눈감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11일 ‘강제동원 굴욕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이 강행된다면 한·미·일 군사동맹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냐” “대한민국이 일본에 호갱이 되고 말았다”는 등 반일 감정을 대놓고 선동했다. 국회 다수당 대표가 사용하는 용어의 저열함도 문제지만, 시대착오적 현실 인식이 심각하고도 딱하다. 한·미 군사동맹, 미·일 군사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위권인 한국이 일본에 침략당할 것이란 상상도 어이가 없고,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협력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라도 불가하다는 ‘신념’은 개화를 반대해 조선을 망국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 위정척사파를 방불케 한다.
6·25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주적은 일본이 아니고 북한이다. 한국엔 1개도 없는 군사정찰위성을 7개나 운용하고 있고, 대잠초계기 100여 대(한국 16대)를 보유한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잠수함 탐지 능력이 탁월하다.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고 신형 미사일을 쏴대고 800m 상공 핵폭발 실험도 하며 김정은이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협박해대는 덴 눈감고 반일팔이에만 여념이 없는 야당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수구반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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