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전기료 인상과 한전 자구책 병행할 때

2023. 4. 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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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25조 원에 이르는 2022년 순손실로 32.9%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추락했다.

한전 손실 중에서 지분율만큼은 산은의 손실로 계상하는 지분법 회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전의 현금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은 영업손실과 비슷한 35조 원으로 훨씬 많다.

탈원전과 나주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 '전력 이데올로기'는 국내 전력산업을 암흑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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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한국전력의 25조 원에 이르는 2022년 순손실로 32.9%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추락했다. 한전 손실 중에서 지분율만큼은 산은의 손실로 계상하는 지분법 회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유재산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산은에 현물출자해 급한 불을 껐다. 한전의 현금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은 영업손실과 비슷한 35조 원으로 훨씬 많다. 회계는 당기 손실은 차기의 이익에서 생기는 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는 전제로 순손실을 줄여 표시한다. 그러나 실제 자금 흐름은 이런 가상적 고려와 상관없이 큰 폭의 적자로 나타난다.

손실로 사라진 현금을 메우기 위해 한전채가 대규모 발행됐다. 시장이자율은 상승했고 다른 대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투자는 위축됐다. 탈원전과 나주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 ‘전력 이데올로기’는 국내 전력산업을 암흑으로 이끌었다. 폭증한 생산비에 맞추려면 전기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데 그대로 시행한다면 서민 가계와 중소 제조업은 견딜 수가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당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정리할 만큼 그 영향은 엄청난데, 4차례 회의를 가졌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한전 자체에서 해결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강요하면 상임·비상임이사와 감사는 직을 걸고 반대해야 한다. 신입생이 급감해 대학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강행한 한전공대를 서울대나 카이스트(KAIST)에 이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요금 체계와 경영 혁신 방안도 내놔야 한다. 가계 부문에서는 전력 과소비 가구에 대한 누진율을 강화하는 대신 취약 가구에 대한 인상은 최소화해야 한다.

산업부문 요금 체계는 상당폭 개선해야 한다. 원유 값 상승에 따른 횡재세가 논의될 만큼 정유업계의 이익률은 높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의 실적도 매우 좋은데 철강과 정유는 전력 소비가 특히 많은 기업이다. 포스코는 탄소배출을 일삼는 ‘기후 악당’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낮은 전력료로 생산한 철강에 대한 탄소국경세에 대한 논의도 심각하다. 철강과 정유를 비롯한 고수익 대기업은 직전 2년과 앞으로 2년을 합해 4년 정도 한시적으로 전력료 추가 부담을 책정하는 부조형 요금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횡재세 논리와는 다른 부조세의 한시적 적용이 필요하다.

전력 과소비 업종에 대해 요금을 올리면 저탄소 공정 개발 유인이 높아질 것이다. 저소득층 서민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유지하면서, 산업별 요금체계 차별화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전의 부실 경영은 다른 공기업에도 피해를 준다. 한전에서 놓친 배당을 다른 공기업에서 채우려는 정부 압력도 커진다. 공공(公共)의 성격이 확실한 공기업은 이익보다는 국민에 대한 봉사가 우선돼야 한다.

한전은 막대한 자금과 국유지 등 재원을 사용하는 독점기업이라 완전 민영화는 어렵다. 효율적 경영 활동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고 대국민 서비스를 증대하며 적정한 이익을 얻어 주주에게 배당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전력요금 체계의 효율적 설정을 위해 정치적 셈법 아닌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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