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공백 메운 '유격수' 김민성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
공수 걸쳐 맹활약, 역대 50호 통산 1600경기 출전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김민성(34)이 통산 1600번째 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며 LG 트윈스를 616일 만에 단독 1위로 이끌었다. 오지환의 부상으로 주전 유격수가 된 김민성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민성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 3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LG는 김민성의 활약을 앞세워 NC를 9-4로 꺾고 11승6패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LG가 정규리그 단독 1위를 기록한 것은 2021년 8월12일 이후 616일 만이다.
김민성은 이 경기에서 3번 타순에 깜짝 배치됐다. 타격 훈련을 마친 김현수가 허리 통증을 느껴 급하게 타순이 조정된 것. 김민성의 3번 타자 선발 출전은 2020년 6월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약 3년 만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김민성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 3번 타자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김민성은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말 무사 1, 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 선제 결승점을 뽑았다.
NC의 거센 반격으로 추가점이 필요한 3회말에도 무사 1루에서 좌전 안타를 치며 후속 타선에 밥상을 차려줬다. LG는 오스틴 딘의 적시타와 박동원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획득하며 흐름을 가져왔다.
특히 이 경기는 2007년 데뷔한 김민성의 통산 1600번째 경기였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50명만 달성한 의미있는 기록이다. 이 특별한 기록을 세운 경기에서 팀을 단독 1위로 올린 만큼 김민성의 기쁨도 컸다.
김민성은 "계속 야구를 하다 보니까 어느새 1600경기나 뛰게 됐다. LG에서 1700경기, 1800경기를 계속 기록하면서 쌍둥이군단의 일원으로 현역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 감독은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5경기만 뛰고 우측 복세근 미세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공수주 모두 타격이 크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오지환이 빠진 유격수는 LG의 약점이 아니었다. 수비가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김민성이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김민성은 공격에서도 큰 힘을 주고 있다. 그는 타율 0.341로 김현수(0.387), 오스틴 딘(0.377) 다음으로 뛰어난 타격을 펼치고 있다. 득점권 타율에서는 0.429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성은 "지난주 두산 베어스와 잠실 시리즈부터 타격감이 좋아졌다. 자신있게 타격하고 있는 것이 상황에 잘 맞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행운까지 따르고 있는데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3번 타자를 맡았고 첫 이닝부터 내게 찬스가 주어져 솔직히 부담이 있었다. 그냥 3번째 타자이니 평소처럼 치자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첫 타석부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것은 반갑지만 30대 중반이 된 김민성으로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 염 감독도 "김민성이 쓰러질까 걱정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김민성은 "솔직히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안 하면 안 된다. 지금은 상위 타선이든 하위 타선이든, 그리고 유격수든 다른 포지션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는 부상으로 이탈한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 복귀할 예정이다. 오지환도 21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한 뒤 1군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는 김민성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그는 팀이 강해지는 것에 의의를 뒀다.
김민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1군에 있는) 선수들이 잘 해줘서 단독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LG 팬들에게 더 좋은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지환의 부상이라는 변수 탓에 유격수를 맡고 있는 것이다. 다시 (원래 포지션인) 2루수와 3루수로 돌아가는 건 코칭스태프가 결정할 부분이다. 나는 거기에 맞춰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따름"이라고 했다.
오지환이 돌아오면 '유격수 김민성'을 볼 날도 많지 않게 된다. 그는 6년 만에 선보인 유격수 김민성의 활약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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