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포지션 All 불투명'→ 김희진 3.5억...왕조 재건 위한 투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IBK기업은행은 12년을 팀에 몸 담아온 김희진과 또 한 번의 동행을 택했다. 계약기간은 1년.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희진과 연봉 3억5천만원(연봉 1억5천만원, 옵션 2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김희진은 지난 2010-11시즌 신생팀 기업은행에 입단, 약 12년간 한 팀을 떠나지 않았다. 해당 유형의 선수를 보통 '원클럽맨', 더 나아가 '프랜차이즈'로 부른다. 김희진은 프로 데뷔 당해에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몸 담으며 10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기간 헌신해온 김희진의 활약은 부정할 수 없다. 타 팀에서는 황연주(현대건설)를 제외하고 거의 맥이 끊긴 토종 아포짓스파이커의 계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선발에서 웜업존으로 밀려나며 2022-23시즌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2021-22시즌에도 김희진은 무릎 컨디션에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29경기 출장에 누적득점 398점으로 국내선수 중 득점 3위를 기록했다. 타 팀 외인 아포짓스파이커만큼의 활약은 할 수 없었지만 본인의 역할은 최대한 소화해냈다. 당시 김희진의 연봉은 6억원(연봉4억5천만원, 옵션 1억5천만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무릎 상태 악화로 인해 수술로 중도이탈하며 육서영이 그 자리를 메웠다. 김호철 감독은 시즌 중 인터뷰를 통해 김희진의 방향을 꾸준히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시즌 후반인 지난 2월, 우측 무릎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알리며 약 1년간의 재활훈련에 접어들었다.
다음 시즌에도 중후반, 길게는 말미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FA 기간 중 종종 김희진의 근황을 물었다. 구단 측에서는 "타 팀 오퍼에 대한 상황을 선수가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라고 대답해왔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20일, 김희진의 FA 계약이 체결된 후 "현재 재활중인 김희진이 혹시 코보컵 대회에는 나설수 있는지"에 대해 구단에 물었다. 구단 측 답변은 "아직 재활 극초기이기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였다. 정규리그 복귀에 대해서도 미정이다.
언론에 공식 발표된 재활기간은 1년이다. 현재 겨우 두 달차에 접어들었으며 이 기간을 고려한다면 컵대회에는 나설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획기적으로 재활기간이 줄어들어 반 년 정도로 계산해도 사실상 컵대회가 끝나고 나서야 제대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구단에 의하면 아포짓스파이커 주전은 용병으로 뽑힐 확률이 매우 높다. 김희진에게 남은 선택지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스파이커 백업이다. 포지션도 정해지지 않았고, 비시즌 컵대회는 물론 정규리그 복귀조차 확신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일단 '전력 외 자원'이 됐다.
당연히 자금을 아껴야 할 기업인 구단 측에서는 김희진에게 초반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고, 선수와 '오르락내리락' 조율 끝에 3억5천만원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장기간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하며 프랜차이즈 타이틀까지 단 선수 입장에서는 본인의 몸값을 내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본인이 적극 나서지 못하는 올 시즌 중 구단에 3억 5천만원 가치의 어떤 화력을 보탤 수 있는지를 합의점으로 들었느냐가 관건이다.
김희진의 '무릎수난사'는 지난 2020년 이후부터 극대화됐다. 오른쪽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장기 재활을 시작했다. 큰 수술 및 재활에 접어든 선수는 극한의 자기관리를 거치지 않는 이상 예전 기량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구단은 선수 가치를 재파악한 뒤 연봉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전성기의 나이가 지났거나 혹은 수술로 인한 기량 하략이 와 더 이상 주전으로 뛸 수 없는 경우에는 연봉 삭감을 피할 수 없다.
같은 포지션의 황연주 역시 부상 누적과 더불어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예전같은 기량을 낼 수 없게 됐다. 2019-20시즌부터 웜업존에서 용병 백업으로 머물렀다. 최고 연봉을 받았던 토종 아포짓의 몸값이 2019년에는 1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황연주는 올 시즌 야스민의 부상이탈을 준수하게 메우며 노장투혼을 선보였다.
또한 한국전력 박철우(미들블로커) 역시 종전 7억원의 연봉에서 이번 재계약으로 1억5천만원으로 몸값을 대폭 낮췄다. 노쇠화와 동시에 기량하략을 피할 수 없기에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원 구단 측에서 제시하는 값을 적극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상으로 인해 꾸준히 재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한 GS칼텍스 김유리는 은퇴를 선언했다.
기업은행에서 6년을 뛴 김수지는 이보다 낮은 금액인 연봉 3억1천만원에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또한 시즌 내내 선발로 자리를 지킬 확률이 매우 높은 황민경은 4억5천만원, 김희진보다 1억원을 더 받고 기업은행으로 옮겨왔다.
김희진 역시 6억원에서 3억5천만원으로 이전에 비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연봉을 날렸다. 이 중 2억원이 옵션이다.
옵션은 각 구단의 기밀사항이고, 정식 연봉은 1억5천만원이다. 선수 본인이 경기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게 된, 혹여 얼굴을 비춘다고 해도 백업 이상으로 뛰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단에 본인의 어떤 사항을 적극 어필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무릎 재활 및 회복이 완벽하게 성공해 좋은 기량을 낼 수 있고 이 점이 보장되어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스타성과 성적을 다 잡게 되는 더 할 나위 없는 '가성비 투자'가 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김희진과 재계약에 성공한 뒤 구단은 함께 명성 재건을 언급했다. 다만 해당 선수의 복귀 시점, 포지션, 성적을 모두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옵션을 염두에 뒀고, 어떤 방향으로 다시 돌아와 함께 '명문 구단 왕조'를 재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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