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평균 자녀 수 2.6명···청도 마을의 비법은?
◀앵커▶
우리나라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가 '저출생 해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아이를 낳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부담이 되고 힘이 들어서이지 않을까요?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위해 엄마들도 일터로 나가야 하는 요즘, 아이를 돌보기가 어려워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그런데, 경북 청도의 한 마을에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11가족이 모여 사는데요.
평균 자녀 수는 2.6명이라고 합니다.
서로 아이를 돌보며 생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공동 육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을인지 한태연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경북 청도 화양읍의 한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운동장에 마련된 놀이기구에 어린 아이들이 매달려 놀고 있습니다.
◀현장음▶
"우리 집 둘째, 노는 엄마 대표님 둘째"
"간다~ 둘이서 마주 보고"
엄마들이 이웃 아이들까지 서로 돌봅니다.
아이들에게 과자도 나눠주고, 엄마들도 그네를 타며 함께 놀아줍니다.
학교 자녀들을 기다리면서 취학을 앞둔 아이들을 함께 보살피고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과 함께 온 아이들.
◀현장음▶
"인사하고 가자" "안녕히 가세요"
학생들은 엄마들에게 가방을 맡기고 집으로 가는 대신 다시 학교 운동장 놀이터로 향합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하는 도심의 아이들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해가 지기 전 이들은 모두 한곳으로 향합니다.
◀현장음▶
"놀다 보면 늦으니까 모인 집에서 같이 밥 해 먹고 저녁때 (집에) 가고 그런 경우가 많아요."
공동 육아를 위해 만든 엄마 청년공동체인 '노는엄마들'의 회원 집입니다.
모든 가정마다 두 자녀 이상 키우고 있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아이를 더 갖고 싶어 하는 데는 아이들의 욕구가 더 큽니다.
◀구승희 노는엄마들 회원▶
"나도 동생 갖고 싶어요. 엄마한테 얘기하세요. 엄마한테 계속 얘기하면 동생이 생겨요."
테이블에 아이들을 모아 공작 실습도 시키고,
◀현장음▶
"여기 안에 나무가 있잖아. 이 나무를 붙인 다음에 그 위에 색칠을 해도 괜찮은 것 같아."
아이들에게 김밥도 나눠줍니다.
지난 2021년 남편의 고향인 청도로 이사 온 주부 두세 명이 공동 육아를 실천하자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회원이 11가족으로 늘었습니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함께 도우며 육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모두 29명, 한 가족 평균 자녀 수가 2.6명입니다.
배 속에 있는 아이 두 명까지 합치면 한 가족에 자녀가 3명 가까이 됩니다.
아이를 많이 키우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구승희 노는엄마들 회원▶
"서로가 서로 아이들을 봐주면서 이렇게 노니까 아이들도 어울려 노니까 더 잘 놀고 그리고 엄마들도 덜 지치고, 엄마들끼리 같이 소통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고, 그런 점들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아이 셋에 힘들 법만도 한데, 넷째를 가진 엄마의 마음은 그저 아이들 사랑이 우선입니다.
◀박성애 노는엄마들 회원▶
"청도에 오게 되면서 젊은 엄마들 만나고 제가 먼저 아이가 많은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좋은 일인지 얘기하다 보니까 저도 임신을 하게 됐어요. 제가 만약에 도시에 살았으면 넷째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함께 어울리면서 아이도 같이 키우고 서로 소통도 하고 그러니까···"
아이를 더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엄마들.
◀안지민 노는엄마들 회원▶
"아이를 무조건 가져야 하겠다가 아니라, 분위기나 모든 게 저를 셋째를 갖고 싶게끔 마음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같이 공동 육아도 하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언니들 줄줄이 임신도 하고 왠지 이 언니들과 함께하면 나도 낳겠는데 또 분위기도 너무 좋고···"
정부의 출산 장려금이 적지는 않지만, 이를 보고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박정애 노는엄마들 회원▶
"유럽 같은 경우는 가장 소중한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 가족이라고 대답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 풍요라고 대답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치를 경제적인 것만으로 봤을 때 자녀를 낳는 게 두렵고 책임지는 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 아이가 태어나서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우리가 이 아이를 통해서 성장하고 깨닫는 행복감에 기준을 맞추면 그렇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이거든요."
◀구승희 노는엄마들 회원▶
"나 혼자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앞집, 뒷집, 이웃들과 함께 내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게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고, 어떤 정부의 정책, 돈을 지원해 주는 것보다 더 큰 힘인 거 같아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쏟는 노력에 정부는 귀를 귀울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답합니다.
◀안지민 노는엄마들 회원▶
"아이를 낳고 제일 힘든 부분이 뭐냐면 엄마의 감정이거든요? 그런 감정을 케어할 수 있는 뭔가 시스템이 있으면 아이를 키우는 데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배정란 노는엄마들 대표▶
"엄마들이 고립되지 않고 같이 육아하기 위한 공동의 커뮤니티를 많이 활성화하는 그런 도움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종명 배정란 대표 남편▶
"저출산이라는 부분이 참 안타까운데 국가에서는 그걸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사실 문화인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뭔가 사람들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한 거 같은데"
정부가 지난 2021년까지 16년 동안 저출생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은 280조 원이나 됩니다.
하지만, 출생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저출생, 지방소멸의 시대, 청도의 작은 마을이 하나의 해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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