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부담 없다” LG 새 주전포수, OPS 0.938로 증명…LG에 DH 카드 하나 더 생겼다[SS스타]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잠실구장은 부정할 수 없는 투수친화형 구장이다. 메이저리그(MLB)를 기준으로 삼아도 그렇다. 외야 좌우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며 가운데 펜스까지 125m 좌중간· 우중간 펜스까지 120m 떨어진 구장은 MLB에서도 극히 드물다.
그래서 많은 타자들이 잠실구장과 다른 구장의 성적 차이가 크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타자들도 그렇다. 홈보다 원정 타격지표가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기준 김현수(홈 OPS 0.717·원정 OPS 0.979), 오지환(홈 OPS 0.799·원정 OPS 0.853), 문보경(홈 OPS 0.765·원정 OPS 0.897) 등 LG 핵심타자들이 원정에서 더 나는 활약을 펼쳤다. LG 또한 홈 승률(0.535 38승 33패 1무)보다 원정 승률(0.690 49승 22패 1무)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시즌부터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LG 주전포수를 맡고 있는 박동원(33)은 다르다. 이전부터 잠실구장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 3년(2020년~2022년) OPS가 0.780인데 잠실구장에서는 OPS 0.928이었다.
물론 잠실구장에서 치른 경기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3년 동안 박동원은 잠실 외에 구장에서 1166타석, 잠실에서 134타석을 소화했다. 134타석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한 표본은 아니다.
그래서 올해가 진정한 시험대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과는 기록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박동원은 올시즌 초반 잠실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8경기 28타석 동안 OPS 0.938을 기록했다. 원정경기 OPS 0.791보다 높다. 지난 20일 잠실 NC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즌 4호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LG로 이적한 순간부터 자신이 있었다. 박동원은 지난 1월 “개인적으로 잠실구장에 대한 부담이 없다. 나는 단타보다는 2루타를 원하는 타자다. 2루타를 치는 데에는 잠실구장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구장이 크고 작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잠실구장은 외야 넓이만큼 외야수들에게 넓은 수비 범위가 요구된다. 좌중간, 우중간으로 타구가 빠지면 다리가 느려도 2루타, 다리가 빠르면 자동 3루타다. 홈런은 어려워도 2, 3루타 확률은 높다.
박동원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20일 경기 후 “잠실은 큰 만큼 2루타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나는 다리가 느린 편이기 때문에 단타를 쳐도 안타 3개가 나와야 홈을 밟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잠실에서는 2루타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내가 팀에 도움이 되려면 단타가 아닌 2루타를 쳐야 하는데 잠실에서는 그럴 수 있다. 홈런도 좋지만 내 방향은 2루타”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는 2루타를 강조하지만 기록은 홈런도 말한다. 지난 3년 동안 잠실에서 2루타(7개)보다 홈런(8개)이 많았다. 올해도 잠실에서 홈런 2개. 아직까지 2루타는 없다. 홈런 타구질이 그렇다. 엄청난 배트스피드로 구장을 안 가리는 대형 홈런을 날린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로 잠실구장 담장을 넘긴 적도 있다.
7년 만에 박동원과 같은 유니폼을 입은 LG 염경엽 감독은 그동안 박동원이 타격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개막전 당시 염 감독은 “캠프부터 동원이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음을 알게 됐다. 자신 만의 방향도 뚜렷하다. 상황에 따라 클린업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겸장 포수는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홈인 잠실에서 강하다.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말한 염 감독의 머릿속에는 김기연의 성장과 박동원의 지명타자 출장도 들어있다. 지난 20일처럼 김기연 선발 출장시 박동원이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지명타자가 아니더라도 특급 대타 카드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새 집인 잠실에서 활약하며 빠르게 생소함을 지우는 박동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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