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깡통전세’ 우려 지역 26곳… 전세가가 집값보다 더 높은 지역도
전세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은 ‘깡통전세’ 우려 지역이 26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 정보를 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지역은 총 26곳이었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주택을 ‘깡통전세’로 간주한다. 이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집값이 하락할 경우에는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 사이렌에 제공되는 전세가율은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의 임대차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산정된다.
광역 시·도 단위는 제외한 것으로, 실거래 사례가 적어 공개되지 않는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3월 조사 기준으로 연립·다세대의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 대덕구로, 전세가율이 131.8%에 달했다. 매매가격이 1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경기도 평택시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도 100.4%로 100%를 넘었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대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임차 수요가 뒷받침되며 전셋값이 비교적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수원 팔달구(95.1%)와 경기 파주시(94.5%)도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섰다. 이른바 ‘건축왕’이라 불린 남모씨 일당이 주로 활동한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 2월 조사에서 전세가율이 96.9%였으나, 3월 조사에선 89.9%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영등포구(86.3%), 도봉구(85.2%), 강북구(84.9%), 구로구(84%) 등 9개 구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빌라왕’ 김모씨 피해자들이 집중된 강서구 전세가율도 81.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기에 접어든데다, 세입자들의 빌라(연립·다세대) 기피 현상도 심해지고 있어 깡통전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터 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건을 분석한 결과,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12만1553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전세사기 피해 집중 지역이었던 서울 강서구나 인천 미추홀구 외에 화성 동탄, 구리, 부산 등에서도 집단으로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줄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매맷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며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했던 2021년에 체결된 전세계약의 2년 만기가 올해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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