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교섭 최종 결렬 선언' 삼성전자 노조 "노동쟁의 조정 신청"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올해 임금 교섭 최종 결렬을 선언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자 1969년 창사 이래 54년 만의 첫 파업 전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삼성전자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한편 반도체 한파 속 사측의 제안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늘면서 지난해 전체 임직원 기준 4%에 그친 노조원수가 21일 기준 8%를 넘는 등 노조원 가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노조 공식홈페이지에 임금 교섭 최종 결렬 선언문을 올리며 "작년 1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5개월간 18차례의 본교섭과 2차례의 대표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복리후생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사측에 최근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이상) 또는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나, 사측은 노조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조는 교섭결렬 선언문에서 "작년 43조원이라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사측은 매번 경영환경이 어렵다며 노조의 50개 안건을 모두 무시했다"며 "조합원과 직원들을 '단순 소모품'과 '원가절감 요소'로만 바라보는 경영진의 입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21일 고용노동부에 조정 신청을 해 중재를 받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임금교섭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정보인 목표달성장려금(TAI)·초과이익성과급(OPI) 실제 적용 산출 계산식과 비연봉제 호봉테이블 자료를 요구하였음에도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임금인상률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자료 또한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거짓말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중노위는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받으면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꾸려 10일간 노사 양측에 중재를 시도하게 된다.
중노위 중재에도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중노위는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이 경우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1만여명인 국내 직원 다수를 차지하는 노사협의회와 올해 임금을 평균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양측은 월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월 1회 출근 의무를 면제해주는 '월중 휴무'를 신설, 임신기와 임금피크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복리후생 제도도 개선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등기임원의 보수 한도 인상도 보류했다.
당시 노조는 당초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대강 대치까지 흘러갔다.
노조는 지난해 2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자 파업까지 검토했고, 3월엔 경계현 반도체(DS)부문 대표이사(사장)가 직접 노조와 대화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노조는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추가 임금인상 요구를 접었고, 사측도 명절배려금 확대 등 실질적인 복리후생 조치를 약속하면서 지난해 8월 10개월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협약 체결은 창사 이후 53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성명문을 통해 "이번 임금 교섭에서 사측의 정치에 휘둘리는 '방관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원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확보하고 승리자가 되기 위해 '조합원 1만명 달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2월 4500여명 수준이었던 노조원 수는 지난 11일 6810명, 17일 8249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일 9000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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