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인수’ 카카오, 아티스트-웹툰 연계는 언제쯤… 북미 사업도 겹겹이 난제
뒤로 밀린 스토리… “시세조종 혐의부터 벗어야”
가뜩이나 성공 사례 적은 ‘가수 IP 연계 웹툰’
“미리 공들여야 흑자전환”… 작년 6298억 순손실
암울한 북미 전초기지… “웹툰이란 말도 못써”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을 통해 기대하는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롭게 확보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언제 활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데다, 활용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실적을 견인할 만큼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북미 스토리(웹툰·웹소설) 사업의 부진으로 적자전환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 뮤직·미디어 부문을 우선 연계해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당초 증권가의 기대를 모았던 스토리 부문은 후순위로 밀렸다.
모기업인 카카오 내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장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펼칠 여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티스트 IP로 2차, 3차 콘텐츠가를 만들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욘드 코리아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해 제시한 미래 10년 키워드로, IP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대박’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관련 역량 강화에 미리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웹툰·웹소설을 제작해 성과를 낸 사례가 아직 업계에 드물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웹툰이 하이브와 손잡고 방탄소년단(BTS) 등 소속 그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공개해 눈길을 끈 바 있지만, 이후 의미있는 수준의 조회수를 유지하진 못했다. 유명 아티스트가 부족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자사 버추얼 그룹 ‘소녀 리버스’ 캐릭터 등을 활용한 웹툰을 연재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BTS의 이름을 내건 웹툰 ‘세븐페이츠: 착호’의 최신화는 일주일 전인 14일 공개됐는데도 이날까지 댓글이 26개뿐이다. 좋아요는 184개다. 이 웹툰은 첫화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조회 수 1500만회를 돌파한 바 있다. 르세라핌과 연계한 웹툰 ‘크림슨 하트’는 전날 최신화를 공개, 댓글 20개와 좋아요 109개를 기록했다. 그나마 선전 중인건 엔하이픈의 IP를 활용한 ‘다크문: 달의 제단’이다. 이달 15일 공개된 최신화에 댓글 298개, 좋아요 1335개가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아티스트 IP와 웹툰의 결합은 좋은 시도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재미’다”라며 “이제까지 나온 작품들은 초기에 화제를 몬 뒤 일부 팬층의 의리로 연명하다 잊혀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더욱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스토리 부문의 매출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비욘드 코리아의 성공은 물론 흑자전환을 위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29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순손실은 6298억원이었다.
손실 폭이 커진 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를 통합, 총 1조원을 들여 출범한 북미 스토리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영업권(무형자산)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한 영향이 컸다. 무형자산이 자산으로서 가치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 기업은 이를 손상차손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무형자산 손상차손 중 영업권 손상차손은 6677억원, 이중 타파스엔터테인먼트 관련 손상차손은 5453억원이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순손실 2282억원을 기록하는 등 손익구조가 악화돼 온 곳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집중하고 있는 뮤직 부문의 해외 매출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2145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 8507억원의 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뮤직 부문은 지난해 1419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뮤직 부문 전체 매출(8936억원)의 약 16%다.
반면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토리 부문의 해외 매출은 2190억원으로 스토리 부문 전체 매출(5589억원)의 40%에 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킬러’ 콘텐츠 육성에 특히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단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적자를 줄일 계획이다. 이달부터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한국 법인인 타파스코리아의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 주요 경영진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내부 인물로 교체 중이다. 화학적 결합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재정비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고민은 있다. 북미 시장에서 스토리 사업을 전개하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 지역에서 ‘웹툰’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네이버웹툰이 현지 당국에 저작권을 등록하며 선점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미국에서 ‘웹툰 사업을 한다’고 말하면 네이버웹툰에 종속된 기업인 줄 안다”며 “‘디지털 코믹스' 등 단어로 대체하고 있지만 인식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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