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원위 기욱의 삶에서 음악을 뺀다면?
스토리텔링 하는 것 좋아해, 근미래를 소재로 각 곡에 연도 부여
타이틀곡은 '제0호선 시간역행'…"공연과 음악방송에 최적화돼"
"원위가 노래 좋기로 유명하지 않나, 이 명예를 꼭 지켜 나가야겠다는 목표"
8곡 전 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솔로 데뷔 앨범 '사이코 사이버네틱스 : 턴 오버'(Psycho Xybernetics : TURN OVER)는 특히 더 신경 써 만들었다. "원위가 노래 좋기로 유명하지 않나. 이 명예를 꼭 지켜나가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라며 주먹을 꼭 쥐고 말한 기욱은 "제 욕심으로 채워진 8곡이다. 절대로 대충 쓴 곡이 하나도 없으니, 꼭 한 번씩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팀의 막내가 가장 처음으로 솔로 데뷔를 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멤버들이 하나둘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 회사와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까' 상의하다가 기욱에게 솔로 기회가 왔다. 혼자서 곡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기욱은 "저는 뭔가 자만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제가 곡 쓰는 능력치가 개인적으로는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솔로 앨범으로) 좀 더 실천할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그걸 회사에서 알아봐 주시고 먼저 내주겠다고 하시니,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으려고 열심히 준비했다. 제 몫을 다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8곡을 모으는 게 아주 어렵진 않았다. '음악 작업'은 기욱의 '취미'이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 작업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때문에 슬럼프도 잘 안 오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후 "진짜 순수하게 트랙을 만들고 가사를 쓰면 그냥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나의 작업물이 나오면(완성되면) (완성도가) 좋지 않더라도 뿌듯하다. 팬분들께 반응이 좋으면 그때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사이코 사이버네틱스 : 턴 오버'는 '시간 여행'을 큰 줄기로 한다. 2100년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트랙 '아포칼립스'의 2090년으로 돌아온다는 구조다. 기욱은 "22세기를 너무 좋아"해서 타이틀곡 '제0호선 시간역행'(TIME MACHINE)(2100)에 2100년이라는 연도를 부여했다. 모든 곡에 붙어있는 연도는 기욱이 "딱 꽂혀서" 만들었다.
'제0호선 시간역행'은 말 그대로 '역행'이라는 뜻도 있고, '역'(station)의 의미도 있다. 처음에는 타이틀곡이 아니었지만, 공연이나 음악방송에 최적화돼 있다고 자부할 만큼 '곡이 좋아서' 타이틀로 뽑혔다. 일단 기욱의 상상에 담긴 주제가 전부 들어갔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22세기에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고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게 되면, 감정도 기억도 잃게 될 텐데 타임머신 타고 가장 좋았던 곳,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 곡이에요. 열린 결말이고요. 모든 대중이나 팬분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았던 때는 어디지?' 하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장르가 이 안에서 굉장히 디테일해요. 제이록(J-ROCK), 펑크록, 얼터너티브 록에 랩도 하고 드롭되면서 트랩 느낌도 나고 진짜 K팝 같은 음악이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엄청난 곡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있습니다. (웃음)"
원래 타이틀곡으로 염두에 두었던 곡은 '멸종위기종'(RARITY)(2062)이었다. 다 만들고 나서 '타이틀 분위기는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곡을 많이 쓰다가 전다운 PD와 협업한 트랙이 발전해 지금의 '제0호선 시간역행'이 됐다.
'멸종위기종'은 앨범에 수록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최초의 3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른 곡은 '꽃에 물 안 주고 피길 원하네'(UNBLOWN)(Feat. 아덴)(2020)와 '자기중심적'(EGO)(Feat.니화)(2021)이다. 곡 자랑을 해 달라고 부탁하니, 답이 바로바로 나왔다.
기욱은 "'꽃에 물 안 주고 피길 원하네'는 굉장히 맘 아픈 일을 겪은 후에 썼던 노래인데 잘 나왔다. '자기중심적'은 대표님이 작년부터 타이틀곡으로 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넣으면 좋겠다고 한 곡이다. 노래가 진짜 좋다. '멸종위기종'도 그냥 노래가 좋다. 완전 페스티벌 노래여서 타이틀로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새 지구'(X) '러브 바이러스♥'(LOVE VIRUS♥)(Feat. 선우)(2050) '사이버네틱'(XYBERNETIC)(Feat. 카미)(2077) '아포칼립스'(APOCALYPSE)(2090)까지 8곡을 채웠다. 다양한 피처링진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물었다. '친한 친구'인 아덴이 '꽃에 물 안 주고 피길 원하네'를, 고등학교 친구인 더보이즈 선우가 '러브 바이러스♥'를 함께했다. 옛날부터 꼭 한번 음악 같이해 보자고 약속했던 사이인 카미와는 '사이버네틱'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앨범 수록곡은 기욱이 '방'이라고 부를 만큼 익숙한 자신의 작업공간에서 녹음하기도 했다. 기욱은 "보통은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방에서 하면 사운드가 잘 나올까 해서 사실 걱정이 들긴 했다. 후렴구 부분을 제 방에서 하고 나머지를 스튜디오에서 해서 반반 섞었다. 낭만 넘쳤던 작업이었다"라고 부연했다. 작업 중 '제일 좋았던 순간'도 본인 방에서 녹음하고 믹스한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다. 그때 기욱은 방에서도 작업물을 빨리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2세기를 주제로 잡은 만큼, 비주얼 콘셉트도 사이버펑크 느낌으로 꾸몄다. 기욱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세션분들도 가면을 쓰고 있다. 그게 사이버펑크에서 잘 나오는 마스크 형식인데, 회사와 상의해서 이런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써봤다. 저도 눈이 갑자기 번쩍거리면서 미래인같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LED가 붙은 베이스가 이번 콘셉트와 어울리는 것 같아서 쓰게 됐다. 머리 색깔은 핑크와 백금발 중 고민하다 핑크를 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키아(CyA)라는 이름을 쓰다가 이번 솔로 앨범 발매를 계기로 본명인 '기욱'으로 활동하게 된 기욱. 소감은 어떨까. 그는 "새로운 예명이었다면 정말 새로운 시작이었을 텐데 팬분들이 워낙 기욱이라고 많이 불러주셨다. 뭔가 이어 나가는 느낌이라고 본다. 키아도 버리는 건 아니다. 저는 키아였으니까"라고 답했다.
20일 첫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솔로로 데뷔한 기욱은 벌써 다음 앨범도 구상 중이다. 그만큼 평상시에도 '음악'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다. 인터뷰 답변에서도 본업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본인 삶에서 음악을 빼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백수가 된다. 음악 아니면 제가 딱히 하는 게 없더라"라고 웃었다.
솔로 활동으로 세운 목표는 '곡이 좋다'는 평을 듣는 것이다. 기욱은 "'아, 역시 원위 멤버라서 곡이 너무 좋다' '곡 퀄리티가 너무 높다' 이런 말을 무조건 듣고 싶다. '기욱이란 이 아티스트 뭐지?' 하는 관심을 한 번 받았으면 좋겠다. 길 가다가 노래 나오면 '이 사람 누구지?' 하고 찾아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곡 성적이 좋지 않아도, 이 아티스트가 멋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 저를 알아봐 주시는 단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작이긴 하지만 제 명함을 내미는 그런 앨범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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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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