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칼 빼든 EU, 포괄규제법안 통과
유럽연합(EU) 의회가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직접 규제하는 포괄 법안을 통과시켰다. 20일(현지 시각) EU 의회는 찬성 517표, 반대 38표로 가상화폐 규제 패키지 ‘미카(MiCA)’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경제 전문 미디어 CNBC 등에 따르면 정부가 가상화폐 산업과 거래소 등에 직접 개입하는 포괄규제법이 마련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EU 회원국 한 곳 이상의 금융 당국에 등록하고 유럽 금융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된다. 또 투자자에게 가상화폐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세계 3위 거래소 FTX의 파산, 루나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스테이블 코인(달러와 가치가 연동되는 코인)의 발행량이 제한되고, 스테이블 코인 하루 거래액도 2억유로(약 2900억원)를 넘길 수 없다. 새로운 코인 발행도 감시 대상이고, 거래소는 은행처럼 고객 인출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금을 마련하는 의무도 생겼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시장 질서를 흐리면 금융 당국이 직접 개입해 해당 거래소 운영을 막거나 제한할 수 있다. 방만한 운영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U 의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은 가상화폐의 거래 투명성, 공개, 허가, 감독 등과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발행자, 거래자 등 시장 참여자 전체에 많은 요구 사항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가상화폐 규제 법안은 7월 중 최종안이 확정되고, 내년 초 시행된다.
세계 가상화폐 시장의 약 20% 내외를 차지하는 유럽의 강력한 가상화폐 규제에 주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와 기업은 오히려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번 규제로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졌고 중소 거래소가 난립하는 업계의 고질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영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법안이 없고, 한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안 10여 개가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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