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견미리 '축의금 셀프 기부' 논란이 미처 밝히지 못한 것

강경윤 2023. 4. 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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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배우 이다인의 결혼식 축의금 기부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이다인의 모친 견미리가 자신의 몫으로 들어온 축의금을 인연이 있는 단체 두 곳에 기부한다고 밝히자 이미지 세탁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꼼수 기부' 논란은 나아가 '셀프 기부' 의혹으로 번졌다. 견미리가 기부한다고 밝힌 단체 중 한 곳이 이미 견 씨 이름과 유사한 '미리 나눔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0월 견 씨 아들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더대운이 상표권을 출원했다는 사실이 새로 알려지면서다.

또 다른 기부처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는 견 씨 부부가 후원회장으로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소문에 휩싸였다. 견 씨가 친분이 깊은 단체에 후원을 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챙기고 뒤로는 이른바 '돈세탁'을 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견미리의 '돈세탁'과 '셀프 기부' 의혹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을까. SBS 연예뉴스는 견 씨를 둘러싼 셀프 기부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견 씨가 기부하겠다고 밝힌 곳은 '재단'이 아닌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재단이 후원기금을 모으는 곳이라면 사단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법인(『민법』 제32조), 공익 법인을 이른다. 다만 사업 목적에 따라 그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사업행위는 가능하다.

공익법인은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출연재산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결산 공시를 해야 한다. 수입금액 50억 원 이상 또는 기부금 20억 원 이상인 곳은 외부회계감사 대상이다. 또 주무관청에 매년 예산과 결산을 보고해야 하는 등 비교적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이 때문에 굳이 '돈세탁'을 위해서 사단법인 기부를 택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말이 나온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견 씨 부부는 운영이 아닌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고만규 신임 회장이 취임한 해에 장애인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는데 당시 적지 않은 기금을 쾌척한 게 인연이 되어 후원회장을 맡았다.

후원회장의 경우 유명인이 맡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다. 단체에 기여도가 높은 연예인이 후원회장을 맡을 경우 홍보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굿네이버스는 배우 최수종,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전국 후원회장은 배우 최불암이 맡고 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배우 수지의 모친 정현숙 씨는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 후원회장을 맡았다. 수지는 모친의 뜻을 따라 이 단체에 여러 기부활동을 해 본보기를 보였다.

견 씨의 두 번째 기부처로 알려진 사단법인 공생공감은 견 씨와의 관련성이 높아 더 의심을 샀다.

'미리 빨래방', '미리 나눔터'의 상표권을 견 씨 측이 미리 출원해 놓은 게 더 화근이 됐다. "그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는 해명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했고,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돈을 옮긴 것이 아니냐'는 대중의 의심은 잦아들지 않았다.

공생공감의 이사진을 살펴보면 구성에 견미리나 그 가족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견미리는 공생공감의 이사도 아닌데 변리사를 선임해 서울시 인가를 받기 전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에 대해서 이금주 대표는 "법인을 설립할 때 모르는 게 투성이라 2년 전 용산구 봉사활동에서 만난 견미리 씨가 알려준 게 많았다. 상표권도 '이 대표가 안 하면 다른 사람들이 할 거다'라고 해서 대신 해줬다. 로고는 디자인 전공을 하는 견미리 씨 아들의 친구가 재능기부로 만들어줬다. 지난해 11월부터 그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은 자료도 남아있다."면서 "이렇게 문제가 될지 몰랐지만, 언론 보도 이후 변리사를 통해서 적법하게 상표권을 양도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대표변호사는 "상표권은 매출에 연동해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만약 빨래방이 전국적으로 늘어난다면 상표권으로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할 순 있다. 하지만 지금 봤을 땐, 단체가 설립된 초반이고 매우 영세해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큰 매출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공익적 의도였을 뿐이었다는 견미리 측 해명도 틀리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향후 상표권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의심을 산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견 씨 의혹으로 덩달아 '바지사장' 의혹을 받은 공생공사 이 대표는 공익 법인이 존폐의 기로에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언론 보도로 오늘까지 7명의 정기후원자가 후원을 끊겠다고 했다. 제대로 공익사업을 해보기도 전에 파산을 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라면서 "장애인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15년 동안 용산구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했고 인정도 받았다. 화장실 없는 사무실과 빨래방을 깎아서 월세 140만원에 계약하고 돈이 없어 도배도 직접 했다. 직원도 없이 혼자 일한다. 지금 상황이 나에겐 너무나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취약계층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견미리가 '보여주는' 기부만 한 건 아니다. 알리지 않은 기부도 있었다. 가수 인순이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해 설립한 해밀학교 후원도 그중 하나. 2017년경 인순이가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밀 학교 측에 견미리의 후원 여부를 묻자, 학교 측 관계자는 "후원자가 알리고자 한 부분이 아니지만 과거 견미리 씨가 1억원을 일시 후원을 해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된 바 있다. 지금까지 매달 300만원의 후원으로 교육에 큰 보탬을 준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견미리는 2016년 용산구 장학금으로, 2018년 강원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각각 1억원을 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보여주기식 기부였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견미리의 딸 이다인의 결혼식 축의금 기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순 없다.

견미리가 기부와 관련한 의심을 산 것은 과거 견 씨 부부의 과오와 논란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견 씨 부부가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긴 어렵고 감수해야 한다는 건 본인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부를 돈세탁으로, 선행을 이미지 세탁으로 비난하는 건 다른 문제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루는 보이지 않는 힘은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어루만지는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금 사용은 투명해야 하며, 운영에 있어서 조금의 전횡이 있다면 비난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기부 행위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 비난은 온당치 않다. 이러한 세태는 기부 문화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기부 행위에 대한 위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수 있다.

장애인 인터넷 신문 <에이블뉴스>는 견미리 사태와 관련해 "일부 언론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으면서 장애인 복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가락질은 쉽지만 그 책임은 무겁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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