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막자" 통계법 개정안,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두둔' [IT돋보기]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 포함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고자 발의된 통계법 개정안이 검토를 맡은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부터 두둔을 받아 관심이다. 특히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의 입장을 재차 반박하기까지 해 주목된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은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통계법 개정안이 국내 상황을 반영한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검토보고서를 냈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통계법 개정안이 향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될 때 참고되는 주요 자료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은 한국표준분류 작성시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만 하도록 해 국제표준분류에 과도하게 기속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국제표준분류의 문제점이 한국표준분류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반영하는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특히 2022년부터 적용된 제11차 WHO ICD-11부터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국내외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국내 게임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더욱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과 가상 증강현실을 통한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관련 규제 신설과 낙인효과로 인해 국내 게임 기업들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계청은 한국형 표준질병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분류기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행법이 UN, 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ICD-11이 향후 한국형 표준질병분류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월 27일 대표발의한 통계법 개정안은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WHO는 각 회원국이 국제표준분류를 가능하면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행법이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도 함께 담았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통계청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한국표준분류가 국제표준분류와 괴리돼 국가 간 통계 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현재도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국내 여건과 상황을 감안해 우리 실정에 맞는 표준분류체계를 작성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수석전문위원은 이러한 정부 입장을 반박했다. 그는 "UN 경제사회이사회에서도 국제통계분류는 각 회원국에 대한 권고 사항임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표준분류 작성시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는 것(현행)에서 참고하는 것(개정)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국제표준분류와 전혀 다른 분류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국가 간 통계 비교를 위한 일치 필요성도 대분류, 중분류, 세분류 이하 여러 단계로 되어 있는 표준분류 체계에서 일치가 꼭 필요한 분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표준분류 작성, 고시 행위는 정부의 다양한 재정, 세제 혜택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우리나라 표준분류를 국제표준분류에 일치시켜야 할 필요와 함께, 국내 산업의 육성 필요성, 우리나라 법·제도와 사회경제적 특성, 업계의 합리적 개정 수요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심도 있게 비교, 형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표준분류 작성시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한 대목에 대해서는 "개정안의 해석상 의견수렴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구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표준분류 제개정 방향의 타당성, 전문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준분류가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의견수렴을 의무화함으로써 특정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의견이 표준분류 작성에 반영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의원은 "기존 통계법의 문제점이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정부의 반대 논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정부의 표준분류 작성과 의견수렴 과정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진 않았는지, 이해관계자 간 논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2019년 5월부터 진행 중인 민관협의체의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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