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사진 한 장만"…160.1㎞ 역사니까, 문동주도 몰래 기념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사실 출근길에 혼자 사진을 찍었는데, 불펜 포수 형이 지나가서 '죄송한데 한 장만 찍어달라'고 했다. 기분 좋더라."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20)는 올 시즌 KBO리그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160.1㎞를 기록해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동주는 국내투수 최초로 마의 160㎞를 넘긴 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한화는 물론 한국 마운드의 미래를 밝혔다.
한화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 문동주의 활약을 기념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문동주가 18일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일정에 맞춰 여러 이벤트를 준비했다. 한화는 18일 경기를 '160DAY'로 정하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선착순 1600명에게 160.1㎞를 새긴 문동주 포토카드를 증정했다. 야외 무대에는 '160.1㎞' 조형물을 세워 팬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문동주는 출근길에 자신의 진기록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조형물 앞에서 셀카만 찍으려 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구단 불펜 포수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해 전신사진도 하나 찍었다.
문동주는 기념사진을 공개해달라는 요구에는 "부끄럽다"고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사진을 찍어서 기분은 좋다. 가족들한테 자랑하기 보다는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포토카드와 티셔츠 등 자신을 기념하는 굿즈가 나온 것도 기쁜 일이다. 문동주는 "사실 그런 건 쉽게 나올 수 없는 거니까. 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만큼 공이 좋다는 것이기에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피칭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갖고 피칭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문동주는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16⅔이닝, 평균자책점 1.08로 맹활약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문동주의 활약상을 기쁘게 지켜보면서도 어린 선수가 자칫 오버 페이스를 해 다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문동주는 구단의 계획대로 19일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오늘 29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 복귀해 다시 선발 로테이션을 돌 예정이다.
문동주는 신인 시즌이었던 지난해 28⅔이닝을 던졌다. 30이닝을 넘기지 않아 올해까지 신인왕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졌다. 지금 페이스면 2006년 류현진(36,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17년 만에 한화가 배출하는 신인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속으로는 한국에서 정상을 찍은 문동주는 이제 KBO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보고 배우며 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려 한다. 그중 하나는 18일 경기 두산 선발투수였던 최원준(29)이다. 최원준이 7이닝을 105구로 버티는 경기 운영 능력에 주목했다.
문동주는 "사실 그날 경기하면서 날이 습해서 옷을 많이 갈아입으러 갔는데, (한화 공격) 이닝이 계속 빨리 끝나더라. 그 이유를 찾아보니까 (최원준이)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곳으로 던지더라. 저렇게 던져서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구나 느꼈다. 선배의 피칭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마운드에서도 생각을 많이 하면서 던졌던 것 같다.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4)은 문동주가 궁극적으로 따라잡고 싶은 선배다. 안우진은 올해 4경기에서 1승1패, 25이닝, 39탈삼진,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고 있다.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문동주는 "(안)우진이 형은 작년에도 올해도 우리나라 최고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진이 형의 절반도 못 따라간다"고 냉정히 자평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더 따라가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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