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제주 피해자들 심리지원, 국비 지원 필요"
"2015년부터 세월호 제주피해자 위해 운영…현재 22명 관리"
"특히 4월이면 피해자들 힘들어 해…생존자들 죄책감 심해"
"피해자 예술치유 프로그램 통해 8년째 전시회"
"상담소는 제주도 지방비로 운영…정부가 국비 지원 해야"
"제주출신 의사로 도민 정신건강에 관심 많아…중장기적 플랜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19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 강지언 소장
◇박혜진>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더 심해지는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입니다. 수요인터뷰 오늘은 제주세월호 피해상담소 강지언 소장을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지언> 안녕하십니까.
◇박혜진>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에서 상담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강지언> 2015년 2월부터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를 운영해 올해까지 9년째 입니다.
◇박혜진> 소장님께서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해 상담소장으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강지언> 아시다시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을 했고 국가에서는 유족들과 생존자들을 위해 심리 지원 사업을 하게 됩니다. 안산에서 안산온마음센터를 설립하게 되는데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사업이 주 목적이었죠. 제주에도 생존자들이 계신데 그분들도 안산까지 가서 심리치료를 받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걸리고 항공료, 숙박비, 식비 등 경비들이 상당히 많이 드는 등 육지를 오가며 심리치료를 받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분들이 제주에서도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달라고 제주도에 요청을 하게 되면서 제주세월호 피해상담소가 문을 열게 됐습니다.
◇박혜진> 제주 지역 세월호 피해자는 몇 명 정도 되나요.
◆강지언> 그 당시 제주로 오다가 생존한 분들이 24명 계십니다. 24명 중에서 3명은 퇴원하셔서 서비스가 완전히 종결이 되셨고요. 가족 한 분이 더 추가가 돼 현재는 22명에 대한 심리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이 분들이 주로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시던가요.
◆강지언> 보통 트라우마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들이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보통 불안하고 예민해지고요. 초조하고 긴장하는 심리적인 어려움과 함께 두통, 소화 불량과 같은 신체적 증상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요.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음주 문제가 악화가 되고 그로 인한 자살 사고라든지 자해와 같은 행동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4월이 되면 세월호 사건을 어제 일처럼 떠올리는 재기억이 일어나고 세월호 사건에 대한 꿈들을 꾸는 등 주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생계 때문에 배를 타야 하는 화물기사분들은 파도가 높은 날은 어려움을 호소하게 됩니다. 특히 생존자들은 자기가 살아나왔다는 이유로 생존자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 자신들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살았으니까 됐지 않냐라는 시선 때문에 본인의 어려움들을 토로할 수가 없는 거죠.
◇박혜진>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많이 회복이 되시는 건가요.
◆강지언> 지금 22명 중 3분의 1정도는 거의 일상으로 회복하신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려움은 있지만 3분의 1정도는 주기적으로 조금 스트레스가 많아지거나 4월이 되면 조금 증상이 악화되지만 그래도 다시 회복이 돼 일상 생활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만성적인 트라우마 상황에 있고 심한 분은 자살 사고나 자해 사고, 감정의 불안정을 최근에 보이고 있어서 저희가 조금 걱정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박혜진> 이번에 피해자분들이 전시회를 여셔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이건 어떻게 마련하게 되신 건가요.
◆강지언> 이번 전시회 주제는 '같이 걷는 봄'입니다. 제주문예회관 3전시실에서 20일까지 진행이 되고 있는데요. 2016년도부터 매해 전시회를 진행해 올해가 8번째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제주 생존자 10명이 참여하고 있고요. 작품은 그림, 사진, 도자기 공예 등 총 37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하면서 본인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는 겁니다.
◇박혜진> 이런 전시회를 통해서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강지언> 세월호 피해자분들은 참사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그분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보상을 더 받기 위해서' 또는 '너희는 그래도 살았지 않았느냐'라는 이웃들의 말들이 비수같이 가슴에 찔린다고 합니다. 주변의 이런 말들이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고 또 단절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예술 프로그램의 결과물들을 매년 전시회를 통해 주민들과 교류하는 이유는 피해자분들이 작품에 녹아든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노력과 열망 이런 것들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고 또 격려받는 경험을 만들어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물론 그동안 창작한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도 이렇게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요.
또 어떤 피해자분은 지금까지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초창기보다는 내 작품이 훨씬 밝아지는 걸 스스로 느낀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그러면서 내가 치유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씀을 하시고요. 세월호 10주기가 되는 내년에는 저희가 그동안 쭉 해왔던 10여 년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전시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세월호피해상담소 운영하는 데 어려움도 많으시죠.
◆강지언> 제주세월호피해상담소의 예산은 전액 제주도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거든요. 저희들이 계속 중앙에 건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거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될 문제들이라는 거죠. 국비 지원도 해야 된다는 요청을 하는데 그게 아직까지 잘 안 되고 있고 다행히 제주도에서는 의원님들이 조례도 만들어주셔서 안정적으로 이분들을 위한 심리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이분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좀 해서 조금 더 나은 심리지원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는 10년이 되다보니까 언제까지 할 거냐라는 얘기도 간혹 들리고요. 뭔가 한 곳으로 모으든지 정리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말들도 있고 이번에 재위탁 받는 과정에서도 그런 인식들을 갖고 있는 분들이 좀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세월호 피해자분들 입장에서는 지원을 끊거나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좀 갖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저희 재단에서 위탁을 받고 있지만 이분들하고 처음에 시작할 때 약속도 있고 해서 만약에 예산 지원 사업이 끝나더라도 여러분들이 의지할 수 있고 트라우마를 계속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저희 재단에서 계속 지원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려서 좀 안심을 시켜드렸거든요. 사실은 트라우마가 장기적으로 만성적으로 갈 가능성이 많은데 이분들이 치유될 때까지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혜진> 소장님께서 특히 제주 도민의 정신 건강을 위한 공적인 의료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도민들의 정신 건강 어떤 부분이 염려가 되세요.
◆강지언> 제주도 출신이자 제주에 사는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역할을 좀 해야겠다 하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 제주도에 있는 술 문제, 도박 문제, 담배 문제 이런 중독의 문제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게 됐고 그런 것들을 경험을 많이 하게 됐고요. 그와 연관이 돼서 특히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이런 것들이 연관이 돼 있는 것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어떤 중독의 문제들과 건강 수치들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자살률도 상당히 높았었고요. 물론 작년 자살률은 많이 내려와서 고무적이기는 합니다마는 이혼율이나 고위험 음주율 흡연율 도박 또 걷기 실천율이 거의 꼴찌고 비만율이 높고 이런 지표들은 상당히 제주도가 천혜의 자원을 가진 훌륭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있는 제주인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거거든요. 제주도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박혜진> 제주 도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강지언> 지금 제주도에서도 통합건강증진 사업단이라든지 여러 중독센터나 정신센터, 도박센터라든지 나름의 역할들이나 사업들을 충실히 잘 하고 있습니다. 6개 보건소를 포함해서요. 그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 아래 진행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당장의 수치가 높으면 그 부분만 관심을 갖다가 시들시들해버리는 이런 것들이 많이 보여서 조금 더 제주 도민들의 건강을 위한 중장기적인 플랜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 건가. 문화적으로는 어떻게 변화해야 또 어떤 사업들을 하면 도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게 해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전해주시죠.
◆강지언> 제주는 공기, 물, 천혜의 자연환경 아주 훌륭한 외적 환경을 갖추고 있는 보물섬입니다. 이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아주 건강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살아가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잘못된 건강 상식이라든지 너무 지나친 음주나 도박 이런 문화들을 개선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제주 도민들이 더 건강해지길 기대하고요. 또 이 일에 많은 관심을 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지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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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zzzi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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