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부터 사용해온 ‘이것’… 힌트는 ‘나’ 그 자체[어린이 책]

2023. 4.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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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한 제목의 이 그림책은 "장난감보다, 강아지보다,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구보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을 그린 안나 포를라티는 이탈리아 사람이며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웠고 현재 아랍어를 배우는 중이다.

"내가 하나 사라질 때마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독특한 눈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요"라는 책 속의 문장은 절박한 호소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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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빅터 D O 산토스 글│안나 포를라티 그림김서정 옮김│한빛에듀

장중한 제목의 이 그림책은 “장난감보다, 강아지보다,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구보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다. 매머드가 어슬렁거리는 신생대의 초원에서도 인간은 이것을 사용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 이것은 언어다. 작가는 언어를 1인칭의 ‘나’로 의인화하여 그 중요성을 시적 은유로 나타낸다.

판권면에는 저자와 역자의 흥미로운 약력이 적혀 있다. 책의 글을 쓴 언어학자 빅터 D O 산토스 박사는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인 아내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열 개의 언어를 공부했으며 이러한 가족 배경을 지닌 그의 자녀들은 다언어를 사용한다. 그림을 그린 안나 포를라티는 이탈리아 사람이며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웠고 현재 아랍어를 배우는 중이다. 영어와 독일어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서정 번역가는 스페인어 번역에 도전 중이다. 언어의 숲에 둘러싸여 있는 작가들이 만든 책이다.

2100년까지 세계의 약 7168가지 언어 중에 절반이 소멸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언어의 위기를 우려하며 2022년에 ‘세계 토착어 10년’을 선포했다. “내가 하나 사라질 때마다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독특한 눈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요”라는 책 속의 문장은 절박한 호소를 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자신이 쓰는 언어를 손글씨로 소개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몰랐던 무수한 언어의 존재를 깨닫는다. 서로 다른 색의 실타래를 들고 서 있는 두 아이가 실을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언어가 연결해주는 세상의 무한한 풍경이 떠오른다. 글자들을 나뭇가지와 뿌리로 표현한 부분은 언어의 보편성과 자의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고양이와 소통을 시도하는 할머니의 생각은 그림 언어로 그렸다. 언어가 왜 존재의 집인지 증명하는,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언어학 개론서다. 2023년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아름다움과 세계’ 부문에 선정됐다. 48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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