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인류 절멸”...오늘만 사는 우리, 내일은 관심 밖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4.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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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이영래 옮김, 김영사 펴냄
이 책은 하나의 흥미로운 사고실험에서 시작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인류의 삶을 처음부터 직접 생생하게 복습해보는 것이다.

당신은 30년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뒤 수렵채집인으로 평생을 살다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태어난 사람으로 ‘환생’해 그의 삶을 다시 산다. 죽고 나면 세 번째 사람, 이어 네 번째 사람이 된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당신은 1000억회의 삶을 살게 된다. 시간은 총 4조년쯤 걸린다. 삶의 10분의 1은 과일을 따먹거나 물고기를 잡으며 살고 60%는 농사를 짓고 살아간다. 삶의 10%는 노예소유주, 10%는 노예로 산다. 평생 커피를 44조잔쯤 마시고 15억년 동안 섹스를 한다.

유기체처럼 연결된 삶을 단 하나의 단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호모 사피엔스.’

전세계 베스트셀러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 옥스포드대 교수가 이번에는 ‘장기주의(longtermism)’라는 단어로 돌아왔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장기적인 운명은 지금 우리가 평생에 걸쳐 하는 선택에 달려 있으므로, 미래 세대의 이익을 보고하기 위해 우리가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보는 장기주의 관점을 담은 철학책이다.

우리는 모두 과거 사람들이 생각했던 미지의 미래였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존재들이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노예제 폐지는 당연했지만 노예제의 종말은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희생의 성취였다. 사상가, 정치가, 작가, 운동가, 반란가들이 자신들의 생을 바친 덕분에 우리는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역사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인류의 절대 다수는 아직도 ‘합법적인 노예’ 상태에 놓여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떤가. 인간은 미래 세대를 위해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는’ 유해종에 가깝다. 저자는 인류를 ‘경솔한 10대’로 비유한다. ‘만취한 상태로 안전벨트조차 매지 않은 채 운전하면서 안개 자욱한 모퉁이를 돌면서 절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미래 궤도를 정상화시킬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수억 명이 고통받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결정을 미룬다.

[이 책의 문장] 초지능 범용 인공지능이 우리 모두를 죽인다 해도 문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는 디지털 형태로, 범용 인공지능의 가치관이 인도하는 대로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첨단 범용 인공지능에 의한 세상으로서 전환을 다룰 때의 문제는 문명의 지속 여부가 아니라 어떤 문명이 지속되는가다._135쪽 세상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생각할 때의 첫 단계는 어떤 문제부터 착수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선을 행할 방법을 결정할 때면 사람들은 가장 마음이 끌리는 문제에 먼저 집중하곤 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목표가 가능한 한 많은 선을 행하는 것이라면, 이런 직감은 좋은 길잡이가 되지 못한다._321쪽

인류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상황에서, 저자가 예견한 미래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인간은 핵탄두와 기후변화 때문에 붕괴될 것이다. 2022년은 어느 때보다 핵전쟁 위협이 가시화된 한해였고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은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둘째, 유전자조작 병원체로 인한 인류의 멸종도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전세계인의 숨을 끊어내진 못했더라도 인간이 집단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우리는 2년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셋째, 발전 속도가 둔화되면서 인간이 자멸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가령 현재의 물리학만 봐도 진보의 속도는 100년 전 아인슈타인 시대보다도 한참 정체돼 있다. 기술의 둔화로 세계 경기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저자는 본다.

장기주의란 장기적인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인간이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 세대의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울 수 없고, 투표를 할 수도, 로비를 할 수도, 심지어 협상이나 거래를 할 수도 없는 존재다. 미래를 영원히 탈선시킬 수 있는 선택을 고집할 때 인류의 내일엔 희망이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은 미래를 더 나은 궤도로 조종하는 데 우리가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세대를 위한 운동을 일으키기에 지금보다 좋은 시대는 없다.”

커커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보스턴 리뷰가 모두 추천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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