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안전지대 없다]"피해센터 지원요? 여전히 지옥이에요"

송재민 2023. 4. 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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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평 전세피해지원센터 갔더니
"직장인들 평일 센터 상담 어려워" 토로
"경매 유예?…이미 넘어 갔어요" 맞춤정책 없어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왔지만 '지원'이 아니라 '상담'에 그친 수준이에요. 지원센터를 방문하기 전과 방문한 후의 차이가 전혀 없어요. 똑같이 추워요." - 전세사기 피해자 A씨

"집에 들어가는 게 지옥 같아요. 스스로 낙찰받아서 피해를 줄이고 싶은 사람들도 있지만, 저처럼 하루빨리 배당금을 받아 이사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걸 정부에서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전세사기 피해자 B씨

어제(20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만난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A씨(47)는 "지원센터라고 해서 연차를 내고 왔는데,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은 건 없고 피해 신고와 경매 절차에 관해 설명 듣는 데 그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는 지난 1월31일 부평구 십정동 더샵부평센트럴시티 상가 A동 3층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에 인천시 전세피해자지원상담센터를 열었다. 상담센터가 시작된 지 3개월가량 지난 지금, 피해자들은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정책을 내다보니 그 과정에서 더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현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센터 도움받기 어려워…실질 지원 부족"

이날 오전 대부분 전세 피해자는 중개업소에서 받은 전세 계약서를 손에 꼭 쥔 채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았다. 대부분은 20~30대 청년, 신혼부부로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었다. 간혹 중장년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전세 사기로 피해 본 금액도 3000만원~1억5000만원까지 다양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들어서면 먼저 '전세피해상담접수'를 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법률지원'과 '금융·긴급주거지원'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 접수를 하고 피해 상황에 대해 상담 및 지원 요청을 하는데 보통 한 시간 이상 소요됐다.

A씨는 1년 반 전, 직장을 옮기면서 인천 미추홀구로 이사했다. 당시 A씨가 원한 조건은 "엘리베이터가 있고 근저당이 없는 곳" 뿐이었다. A씨는 "근저당이 없고 전세금은 나갈 때 돌려받을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빌라왕' 전세 사기 소식을 듣고도 설마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집주인도 이름도 달랐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등기부등본을 떼본 후 집주인이 '빌라왕'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평일에 직장 때문에 센터를 찾기 어려워 이제서야 전세사기 피해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센터까지 찾아가기 어렵고 원활한 상담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찾아가는 상담 버스를 운영키로 했다. ▶관련기사: 원희룡 "전세사기 비극적 사고 무한한 책임…상담인력 확대"

그러나 A씨는 지원센터의 문제가 따로 있다고 꼬집었다. 지원센터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는 10월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설명'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대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는 또 어떻게 되는 건지 다시 물어봐야겠다"며 도로 지원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 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경매 진행? 유예?…필요한 정책 다 달라요."

이날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입주 당시 공인중개사에게 받은 전세계약서와 중개인 명함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중개인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함께 전세사기를 도모했거나 폐업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입을 모았다.

B씨(35)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피해자다. 그는 "이사 전 전세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도 떼봤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을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중개업소의 책임 보증 한도도 확인했으며 '전세금 반환의 문제가 생길 경우 중개업소에서 100%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도 받았다.

그러나 중개업소와 집주인이 한패였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중개업소도 함께 '잠수'를 탔다는 것이다.

B씨는 "스스로 경매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지옥 같다"며 "하루빨리 이 집이 경매로 팔려서 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로 집을 낙찰받고 싶어 하는 피해자에게는 우선권을 주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전날 희망자에 한해 경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 우선권을 주는 방법은 아직 검토 중이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 사진= 송재민 기자 makmin@

반대로 이미 경매 절차가 끝난 피해자도 있다. C씨(29)는 "이미 집이 낙찰돼서 경매 유예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갈 곳을 잃어 긴급주거지원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씨는 "각기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땜질 식으로 정책을 내다보니 경매 유예의 혜택을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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