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 "많이 힘들었지만, 농구 팬 사랑이 진정한 감동이었다"
전성현(고양 캐롯)에게 프로농구 2022-2023시즌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전성현은 KBL 최고의 슈터로 도약했다. 정규리그 50경기에서 평균 17.6득점을 기록했고 경기당 3.4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37.5%라는 준수한 적중률을 자랑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뚫고 남긴 기록이다. 리그 베스트 5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캐롯은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2022-2023시즌 개막 전부터 홍역을 앓았다. 약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팀은 김승기 감독의 지휘 아래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4강 상대였던 안양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지난 19일 경기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지만 '감동' 캐롯의 여운은 진하게 남아 있다.
전성현은 한 시즌을 돌아보면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농구를 하면서 한 번도 안 겪어봐도 되는 일들을 겪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당황했고 조금 창피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강선이 형을 필두로 잘 해보자,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농구밖에 없다고 해서 더 집중했다. 그래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시즌 전에는 우리가 10등, 9등 평가를 받았는데 그걸 다 깨고 4강까지 왔으니까 누구도 우리에게 손가락질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 다 너무 잘했고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기업의 극심한 재정난 때문에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전성현은 "아마 다 아실 것이다. 시즌 전부터 조짐이 보였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식당에서 눈치를 보는 일도 있었다"며 "급여를 못 받는다는 게, 한 달 정도면 어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게 계속 되니까 힘이 안 난다고 해야 되나,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랬다. 선수들끼리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어필하자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 생각했다.
전성현은 "우리는 어떻게든 열심히 하고, 좋은 기사가 하나라도 더 나가야 구단의 미래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그런 심정이었다. 모두들 살려고, 진짜 헝그리 정신이 나온 것 같다. 살려고 하다 보니까 똘똘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래서 미련은 없다. 전성현은 "결국에는 농구를 잘 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성현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시즌 막판 달팽이관 이상으로 인해 이명 현상을 겪었다. 정규리그 막판 일정부터 6강 플레이오프 초반 일정까지 코트 밖에서 동료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손규완 코치는 "전성현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뭔가 울리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고 하고 중심을 잘 잡지 못했다. 훈련 때도 평소의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플레이오프에서 더 많은 슈팅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몸 상태가 평소에 비해 1/10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성현은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를 진짜 많이 받았다. 중요할 때, 필요할 때, 정말 제가 해줘야 될 때 그래서 너무 아쉽다. 후회 없이 200%를 쏟아서 졌다면 그건 괜찮은데 그 부분이 안 됐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한동안 운동을 못 했다. 3주 동안 공도 못 만졌다"며 "그런 상태에서 김승기 감독님에게 (코트에) 넣어달라고 떼썼다. 감독님이 준비됐냐고 물었을 때 안 됐어도 그냥 다 된다고 했다. 첫 경기는 운 좋게 몇 개 들어갔는데 그 후로는 잘 안 됐다. 진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안 되더라"고 말했다.
전성현이 포기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농구 팬들의 격려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6강 플레이오프 승리, 4강 진출 등 감동의 질주를 펼친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응원은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졌다. 특히 팬들은 장어덮밥을 비롯해 식사와 먹거리들을 많이 챙겨줬다.
전성현은 "진짜 말 그대로 사랑이라고 해야 되나. 응원이나 관심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사랑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들을 정말 어떻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셨고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힘든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팬들께서도 감동을 받으셨겠지만 우리 선수들도 팬들에게 진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정말 잊지 못할 시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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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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