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행성탐사 새 지평 스페이스X '스타십' 도전은 계속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인류 최강 우주 발사체이자 달과 화성 탐사에 쓰일 ‘스타십’이 첫 시험 발사에 실패했다. 과학자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스타십이 새로운 천체 물리학과 우주행성학 연구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스타십에 실을 수 있는 탑재 중량이 역대 최대로, 무게에 구애받지 않는 망원경 등 과학연구 장비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다. 1단 엔진 재활용 등 우주발사체 일부만 재활용이 가능했던 다른 우주발사체와 달리 전체 재활용이 가능해 행성 탐사 우주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역대 최강 우주 발사체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중인 차세대 우주 발사체다. ‘수퍼헤비’라고 이름 붙은 지름 9m에 길이 68m의 1단과 2단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으로 구성된다. 1단과 2단을 합친 총 길이는 120m다. 1960년대 달 착륙에 사용했던 새턴5 로켓 111m보다 9m가 더 길며 미국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93.5m)보다 크다.
큰 크기 답게 역대 발사체 중 추력도 가장 세다. 추력은 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뜻한다. 1단에 스페이스X 차세대 엔진 ‘랩터 엔진’ 33개가 장착된 스타십은 1700만 파운드(약 7700t)의 힘을 낸다. 보잉747 항공기 63대가 내는 추력과 같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신형 우주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은 880만 파운드(약 4000t), 스페이스X의 또다른 우주발사체 '팰컨 헤비'는 500만 파운드(약 2230t) 정도다.
탑재 중량 역시 최고다. 스타십은 고도 200km의 지구 저궤도에 150t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다. 동일한 고도 기준 새턴5는 118t,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은 약 95t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1.9t에 불과하다.
● 유일 화성행 유인 우주발사체…새 과학임무 창출
과학자들은 역대 최강의 우주발사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학연구 장비를 쉽게 실을 수 있어서다. 가령 2021년 12월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금빛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형태로 이어붙여 만든 거울이 달려 있다. 이 거울은 지름이 6.5m에 달한다. JWST를 발사한 우주발사체의 폭은 4.6m였다. 크기 차이로 발사 때 거울을 접은 형태로 발사해야 했다.
스타십은 최대 지름 8m의 물체도 실을 수 있다. JWST의 거울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울을 접은 상태로 발사하고, 우주로 올라갔을 때 거울을 펴는 설계만 빼도 개발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넉넉한 탑재중량으로 과학연구 장비에 요구되는 무게 범위에 여유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를 장비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스타십은 우주 비행사를 화성에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로켓이다. 80~120명의 사람을 실을 수 있다. 화성 유인 탐사 등 새로운 유형의 과학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화성 생명체 흔적이나 표면 아래 얼음을 찾는 로봇 등을 보내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스타십으로 인류의 화성 이주를 실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타냐 해리슨 미국 아우터스페이스연구소 행성과학자는 “스타십은 화성에서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완전히 새롭게 열어준다”고 말했다.
● 저렴한 가격으로 우주 연구 접근성 확대
과학자들이 무엇보다 기대하는 것은 우주연구 접근성 확대다. 저렴한 발사 비용으로 과학연구 장비 등을 정기적으로 우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LS는 1년에 한번 발사하는 데 약 41억달러(약 5조 4038억 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머스크 CEO는 스타십 한 번 발사에 수백 만 달러, 최소 100만 달러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십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원인은 재사용이다. 1단부 재활용 등 일부 재활용만 가능했던 다른 우주발사체와 달리 스타십은 우주발사체 전체를 재사용한다. 우주선 스타십과 수퍼헤비 모두 역추진 방식으로 지구로 돌아온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을 위해 초대형 우주발사대 ‘메카질라’도 구축했다. 메카질라는 스타십을 신속하게 발사하기 위한 우주 발사대다. 지구로 귀환하는 스타십을 다시 잡아 수퍼 헤비에 조립한 뒤 그대로 쏘아 올린다. 머스크 CEO는 현재 한달 이상 걸리는 우주발사체 정비와 재활용을 한 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공언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스타십은 하루 3회까지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발사는 화물이나 승객이 없는 시험 발사다. 재활용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다. 실제 운용을 위한 검증들이 아직 남았다. 스페이스X는 2025년경 연간 100회 가량 스타십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해 NASA의 유인 우주 달 탐사계획 ‘아르테미스’에도 활용된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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